ELS 만능 아니다 … 급락해도 손절매·물타기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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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주가연계증권(ELS)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투자자 사이에 요즘처럼 주식 시장이 출렁일 때 ELS가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ELS도 시장이 급변할 땐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올 1분기 ELS 발행잔액은 120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3월에 한 달 발행액 5조원을 넘어선 이후 4월과 5월에도 각각 5조, 4조여원 발행되는 등 열기가 식지 않는다. 반면 1분기 자문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5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정점이던 지난해 5월보다 3조6000억원 줄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요즘 팔리는 상품이라고는 ELS 뿐”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ELS는 올 초의 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투자 대안으로 부상했다. 기대수익률은 연 10% 안팎으로 예금보다 높고 위험은 주식보다 낮다는 인식을 얻었다. 증권사에도 효자다. 수수료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고객의 수수료 저항이 적고 회전율은 높다. 대개 3년 만기로 발행되지만 4~6개월에 조기 상환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재투자된다. 업계 추산 ELS 평균 회전율은 연 2~3회다. 4~6개월마다 새로 ELS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ELS 수수료는 1% 안팎인데, 회전율을 감안하면 연 환산 증권사 마진은 1.5~2%다. 판매보수 0.9%, 수수료가 1% 안팎인 주식형 펀드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규모가 급증하면서 경고의 목소리도 커진다. ELS의 매력에 비해 위험은 간과된다는 지적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7일 ‘양날의 검 ELS’라는 보고서에서 “시장이 급변할 때는 ELS를 발행한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위험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ELS의 겉모습은 간단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투자자에게 ELS의 구조는 단순해 보인다. 기초자산 값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이익이, 벗어나면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ELS는 현물 주식과 옵션 등을 복잡하게 엮어 놓은 파생상품이다. 정확히 어떻게 운용되는지 아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종류도 다양하다. 손 연구원은 “투자자가 ELS 투자에 따른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투자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단 손실 구간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손 쓸 도리가 없다. 주식이나 펀드는 손절매를 해서 손실을 통제할 수 있다. 이른바 ‘물타기’, 즉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 손실률을 낮추기도 한다. 하지만 ELS는 시장 상황이 변해도 투자자가 대응할 수단이 없다. 일단 기초자산 가격이 급락하면 손실이 커지는 것도 그래서다.

 ELS 발행사와 투자자 간 이해 관계가 다른 것도 위험요인이다. 손 연구원은 “발행사 입장에서는 ELS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높은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증권사는 발행한 ELS에 대한 헤지거래를 한다. 이때 기초자산 가격이 많이 변할수록 이 거래에서 이익을 얻을 확률이 올라간다. 반면 투자자에게는 기초자산 가격이 널뛰기를 할수록 위험이 높아진다.

 때문에 ELS도 위험 관리를 위해 나눠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VIP투자자문 김건희 연구원은 “시기와 기초자산을 분산, 여러 개의 ELS에 돈을 나눠 놓으면 그중 한두 개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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