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절전과 요금 현실화로 전력대란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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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려했던 여름철 전력대란의 조짐이 나타났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냉방용 전력수요가 크게 늘자 예비전력이 전력수급 비상조치의 첫 단계인 400만㎾(관심)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예비전력은 7일 오후 한때 331만㎾를 기록했다.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15일 정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예비전력이 300만㎾ 아래로 내려가면 전압 조정과 함께 일부 업체의 전원공급을 중단하는 2단계 비상조치에 들어가고, 200만㎾ 밑으로 떨어지면 주요 산업체의 사용전력을 50% 이상 감축하는 3단계 긴급 절전 조치에 돌입한다. 아직은 전압을 낮추는 것 이외에 별도의 강제 절전조치를 취할 단계는 아니지만 자칫하면 전력대란의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당장 전력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전력부족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국민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절전운동에 동참하는 것뿐이다. 정부는 이날 여름철 전력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단체 공동 절전캠페인 추진협의회를 발족했다. 전력 낭비 행태를 막고 절전 요령을 홍보해 국민들의 절전 실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계도와 홍보를 해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절전의 필요성을 깨닫고 일상생활에서 전기를 아껴 쓰려는 마음가짐을 갖지 않고는 절전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운동처럼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절전에 참여해야 할 때다.

 올여름 전력대란의 고비를 넘긴다 해도 자발적인 절전 호소만으로 구조적인 전력부족 사태를 극복할 수는 없다. 상대적으로 싼 전력요금이 전력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10% 의무 절전제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력소비(최대전력수요량)는 전년보다 33%나 늘었다. 전력요금이 현실화되지 않고는 전력수요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전은 이미 13.1%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과연 정부가 전력요금 현실화를 단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