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 다보스 참석인사 신상자료 해킹 시인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 해커들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 참석한 유명인사 수 백명의 신용카드 번호와 개인 휴대폰 전화번호 등 비밀정보를 해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해커는 반세계화의 기치 아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 등을 타깃으로 삼아 그들의 비밀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간 존탁스자이퉁이 보도했다.

이른바 `해킹운동권''으로 불리는 이들의 활동은 컴퓨터 해킹을 정치적 저항에 접목시킨 새로운 형태의 운동이다.그러나 이들이 해킹한 자료를 좋지 않은 목적에 이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존탁스자이퉁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리 펑(李 鵬)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아라파트 자치수반 등 최근 수년간 다보스회의에 참석한 2만7천명의 비밀정보를 담은 CD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존탁스자이퉁의 취재진은 8만쪽에 이르는 정보목록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거기에는 세계 정부 지도자 및 재계 지도자의 여권번호, 개인 휴대폰 전화번호 등이 올라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해커들은 지난달 다보스 회의에 참석했던 3천200명의 정확한 출.입국날짜, 호텔이름, 방호수, 숙박기일, 회의참석 일정 등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찰스 맥린 WEF 대변인은 해커들이 유명인사 1천400명의 재산권에 해당하는 신용카드 번호 등을 확보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피해를 본 사람들이 반드시 다보스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맥린 대변인은 또 해킹당한 유명인사의 리스트가 WEF의 우편발송 리스트라는 지적도 일축하고, "(존탁스자이퉁) 기사에 나온 이름 가운데는 엉뚱한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WEF 주최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이 확인될 경우에는 자료배포를 중지해 줄 것을 스위스 사법당국에 의뢰했다.

맥린 대변인은 "이번 일은 장난이 아니라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1천4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신용카드 번호가 해킹당한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누가, 어떻게 컴퓨터에 침입했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으나, 해커들이 우리의 핵심 테이터베이스를 뚫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다보스 회의를 주재한 클린턴 전 대통령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 "해킹당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측은 언급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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