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전략] '땡처리' B2B사이트가 뜬다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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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에게 집안 사업에 참여하라는 압력이 가해졌던 것은 아니다. 켄은 명문 펜실베이니아大 워튼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베인社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스테이지 원 뮤직(Stage One Music)社를 설립, 소매점에 CD 판매 코너를 세우는 사업에 나섰다.

첫 사업에서 별 재미를 못 본 켄은 회사를 정리하고 고든 브러더스에 입사, 온라인 사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켄은 “기회가 널려 있었다”며 “소매 분야의 기업간(B2B) 전자상거래가 유망하리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켄은 고든 브러더스의 지원과 외부 조달자금 1900만 달러로 리테일익스체인지를 설립했다. 조달자금은 최근 4400만 달러로 늘었다. 현재 최대 주주는 고든 브러더스. 마이크는 아들에게 신규사업을 맡긴 것에 대해 족벌경영과 무관한 일이라며 “아들만한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에 맡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켄은 샌프란시스코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 창가에 앉아 “사실 앉아 일하는 시간만 일주일에 얼추 80시간은 좋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트레이드아웃이나 레드태그비즈닷컴 (Redtagbiz.com), 트레이드팩닷컴 (Tradepac.com) 등 선발주자에 비해 비교적 역사가 짧은 탓인지 리테일익스체인지의 이름조차 모르는 제조업체가 아직 많기 때문에 한눈팔 겨를이 없는 것이다.

리퀴데이션닷컴 (Liquidation.com)·i솔브닷컴 (iSolve.com)·클로즈아웃나우닷컴 (CloseOutNow.com) 등 경쟁사들의 도전도 물리쳐야 한다. 먹느냐 먹히느냐, 사활이 걸린 싸움이다.

관건은 어떻게 ‘차별성’을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기업·소비자간(B2C) 전자상거래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B2B는 번창일로에 있다. 사실 소매업체 입장에서는 물품 조달비가 만만치 않다. 대개 총비용의 15∼20%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물품 구입 절차가 간단해진다. AMR의 술레스키에 따르면 구입비를 35∼85%까지 줄일 수 있다.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더 많은 잠재 고객과 만날 수 있다. 신발업체를 운영하는 케니스 콜은 5년 전만 해도 재고가 2만 켤레에 이를 경우 헐값으로 고급매장에 넘기거나 이미지 실추 위험에도 불구하고 저가매장에 거저 넘기다시피했다.

트레이드아웃·레드태그비즈와 마찬가지로 리테일익스체인지 역시 판매업체가 이름을 숨긴 채 바이어에게만 상품을 공개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고 라이선스 파기 운운하는 소송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그것처럼 중요한 서비스도 없다. 제조업체가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이 덤핑 도매업체다.

덤핑 도매업체는 수수료를 20%까지 챙기고 물건이 어디서 팔리든 제조업체가 관여할 수 없게 만든다. 프리즈는 “그건 매우 비효율적인 장사”라며 “리테일익스체인지는 제조업체가 세계 바이어들에게 상품을 보여주고 협상할 수 있는 장터”라고 말했다.

재고품 처리업에 종사해 온 고든 브러더스의 오랜 연줄이 리테일익스체인지에 큰 이점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프리즈는 다른 사이트와 조금이라도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써 왔다.

트레이드아웃은 최근 150Mw급 증기터빈을 185만 달러에 내놓았다. 그러나 리테일익스체인지는 그런 경쟁 사이트들과 달리 소비재만 전문으로 취급한다. 리테일익스체인지는 고객기업의 재고상태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i2닷컴 (i2.com)과 계약을 맺어놓았기 때문이다. 제조현장에서 i2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경우 과잉생산된 잉여분은 자동으로 리테일익스체인지의 온라인 판매 목록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리테일익스체인지가 돋보이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격·마진·최소 주문량 등 여러 조건을 놓고 절충할 수 있는 ‘흥정’ 시스템 때문이다. 프리즈의 말마따나 “장사꾼들이 5000년 동안 줄곧 해온 흥정을 온라인에서도 가능케 만들자는 것”이다.

장사꾼에게 여전히 중요한 것은 “내가 사려는 물건이 있느냐”다. 얘기가 무르익자 프리즈는 점잖은 경영자 투를 벗어던지고 쇼핑 전문 케이블TV의 쇼핑 호스트처럼 “리테일익스체인지가 확보한 3억 달러 상당의 물건은 한결같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참신한 첨단제품”이라며 “리테일익스체인지는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고 열변을 토했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리테일익스체인지가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사실 그것은 하나마나 한 질문이었다. 프리즈의 입에서 나온 답은 예상대로였다. “천문학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프리즈가 갖춘 또 하나의 잉여상품, 그것은 바로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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