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0%대 수익률 민망? 은행 연금신탁수수료 6년 만에 살짝 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은행이 연금저축신탁의 수수료를 낮췄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을 포함한 주요 은행은 올 들어 수수료율(신탁보수율)을 기존의 1% 수준에서 0.7%로 내렸다. 2006년 1.5%의 수수료율을 1%로 조정한 지 6년 만이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은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상품으로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와 비슷한 상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꼬박꼬박 수수료를 떼간다는 가입자의 불만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한 시중은행 연금상품 담당자는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채에 주로 투자하는 연금상품의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며 “과거의 수수료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연금저축신탁의 평균수익률은 연 3.0% 수준이다. 자산의 10% 이하를 주식으로 운용하는 안정형의 경우는 국민은행(2.68%)을 제외하고 수익률이 전부 0%대에 그쳤다. 같은 해 전체 채권형 펀드가 기록한 평균 수익률인 4.6%에 크게 밑돈다. 자산운용사가 판매하는 채권형 펀드의 수수료가 평균 0.8%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의 연금저축신탁은 수익률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받아왔던 셈이다.

 전체 연금저축상품의 70%를 판매하는 보험사는 수수료 인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연평균 수익률은 5%대다. 하지만 매달 보험료의 7.5~ 9%를 사업비로 떼고 나면 실제 수익률은 3%대로 떨어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는 장기 운용의 부담 등을 이유로 수수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안에 업권별로 연금저축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공시 시스템이 마련되면 점차 수수료율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를 위한 연금상품인 만큼 수수료 수익을 낮춰서라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