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태평양 … 대형 로펌 총출동해 공정위와 법리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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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순순히 담합을 인정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5일 서울 서초동 공정거래위원회 6층 심판정에서 열린 전원회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9시간가량 진행됐다. 재판으로 치면 ‘검사’ 격인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과 건설사 변호사 간 논리 싸움이 벌어졌다. ‘판사’ 역할인 공정위 위원 9명은 2시간가량의 비공개 회의를 거쳐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

 이날 심판정은 20개 건설사 임원과 변호사들로 시작부터 만원이었다. 김&장·태평양·세종·화우·율촌 등 국내 대형 로펌이 총출동했다. 송호창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도 방청했다.

 핵심 쟁점은 2009년 5월 ‘빅 6(현대·대우·GS·SK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임원 모임에서 공구를 나눠 가지기로 합의했느냐다. 이에 빅 6 건설사는 협의일 뿐 담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GS건설 변호사는 “각 사가 어디에 관심 있는지 정보를 공유했을 뿐”이라며 “담합이란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임원도 “우리는 낙동강 22공구에, GS는 회장 고향이 있는 함안 근처 공구에 관심 있다고 얘기했지만 그뿐이었다”고 말했다. 공정위 심사관도 도장이나 사인이 들어간 ‘합의서’를 확보하진 못했음을 인정했다. 대신 “건설·설계사의 내부 문건과 여러 진술로 볼 때 합의가 있었던 게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끼리 서로 ‘들러리 입찰’을 서 줬다는 혐의도 각 사가 강하게 부인했다. 모든 건설사가 “들러리가 아니라 경쟁을 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설계사의 내부 문건 자료를 제시하며 하나하나 반박했다. “설계회사 내부 문서에 SK건설은 ‘B설계’라고 나와 있습니다. 포스코건설의 설계회사 파일명은 ‘B설계’로 돼 있습니다.” B설계는 들러리 입찰을 위한 설계를 뜻하는 건설업계 은어다.

 건설사 20곳이 한목소리를 낸 건 아니다. 각 사는 과징금을 깎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담합 주도자는 따로 있고 ‘단순 가담자’일 뿐이란 주장이 이어졌다.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변호사는 “현대건설 임원으로부터 이미 확정된 공구 분할 내용을 전달받았다. 합의에 가담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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