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캐스팅 뮤지컬 ‘시카고’

중앙일보

입력

관능, 열정, 도발, 섹시, 이 모든 단어는 하나의 쇼로 연결된다. 검은 망사 스타킹에 시스루 의상은 여배우들의 주요 아이템. 그 곁은 초콜릿 복근을 자랑하는 남자배우들이 지킨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귀로 듣는 재지(Jazzy)한 뮤지컬 넘버에 가슴으로 느끼는 각 캐릭터들의 매력까지. 뮤지컬을 사랑한 그대, 드디어 닷새 앞에 고지가 보인다. 더욱 화려한 캐스팅으로 돌아온 뮤지컬 ‘시카고’다.

팜므파탈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 팽팽한 신경전

 극의 배경은 재즈의 열기와 냉혈한 살인자들이 만연하던 1920년대. 장소는 시카고의 쿡 카운티 교도소다. 이 곳에는 자극적인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러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죄수들이 그득하다. 그녀들의 살인 동기를 설명하는 뮤지컬 넘버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는 이 극에서 가장 섹시한 넘버 중 하나다. 그 중 보드빌 배우였던 벨마 켈리는 그의 남편과 여동생을 살인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왔다. 교도소 간수 마마와 언론의 합작으로 그는 시카고에서 가장 ‘핫’한 죄수가 됐다. 이쯤에서 흐르는 뮤지컬 넘버 ‘올 댓 재즈(All that jazz)’는 ‘시카고’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음악이다. 하지만 벨마는 ‘지는 해’였다. 새로 입소한 록시 하트는 벨마가 거쳐온 모든 코스를 밟아나가며 여죄수계의 일인자로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다.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정부를 살해한, 그러면서도 ‘고작’ 코러스 걸이었던 풋내기가 말이다. 유능한 변호사 빌리 플린 마저 록시에게 빼앗긴 벨마 켈리와, 평소 우러르던 벨마를 뒤엎고 세간의 스타로 떠오른 록시 하트. 이 두 여자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극장 안을 압도한다.

원년 멤버 인순이·최정원에 아이비·윤공주 합류

 2008년 처음 이 작품을 본 가수 아이비는 ‘훗날 내가 이 작품을 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만큼 ‘시카고’ 무대는 뮤지컬 배우뿐만 아니라 가수, 연기자에게까지 선망의 대상이 됐다. 2012년 역시 배우진은 탄탄하다. 2010년 공연에도 이름을 올린 인순이, 최정원, 남경주, 성기윤이 무대에 다시 오른다 여기에 윤공주와 아이비가 록시 하트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다.

 원년멤버 인순이와 최정원은 벨마 역을 맡았다. “지금껏 많은 작품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힘 닿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은 작품은 단연 ‘시카고’다”라고 말한 인순이는 올 해 공연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믿고 사는 벨마 켈리의 능글맞은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최정원 역시 “하면 할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빛을 더하는 역할이 벨마이기에 올 공연은 지난 공연보다 더 기대된다”는 말을 전했다.

 남경주와 성기윤은 빌리 플린의 옷을 입는다. 이들이 맡은 빌리 플린은 재판에서 단 한번도 진 적이 없을 정도로 언술에 능한 변호사다. 눈빛 하나로도 상대방의 허를 찌를 수 있어야 하기에 이를 맡은 두 배우에 대한 관객의 기대는 크다. 데뷔 30년 차 남경주도 긴장한 상황. “이전 공연에서 아쉬웠던 연기적 부분들을 이번 작업을 통해 완성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카고’ 초연에서 앙상블부터 시작한 성기윤은 “뮤지컬 ‘시카고’는 내게 헤어지기 싫은 오랜 친구 같은 작품이다”며 “다시 그 친구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쪽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그의 뜨거운 가슴이 관객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박칼린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농염한 재즈의 선율을 전할 뮤지컬 ‘시카고’는 이달 10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가격은 VIP석 11만원, R석 9만원, S석 7만원, A석 4만원이다.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구입할 수 있다.

▶ 문의=1544-1555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