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면한 무바라크 …시민들 강력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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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무바라크가 법정에 설치된 유치장 안의 병상에서 누운 채 선고를 듣고 있다. [카이로 로이터=뉴시스]

30년 철권 통치 끝에 지난해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84) 전 이집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판결 직후 수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이집트 주요 도시에서 1만여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코미디 같은 판결” “살인자에게 사형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검찰은 지난달 무바라크에게 사형을 구형했었다. 지난해 이집트 시민봉기 당시 실탄까지 발포하는 강경 진압을 허용해 900명을 숨지게 하고 집권기간 부정 축재를 한 혐의다. 법원은 무바라크에게 법정 최고 징역형인 25년형을 선고했다. 무바라크의 고령을 감안하면 종신형이나 다름없다.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무바라크는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형무소 수감을 거부하는 소동을 벌였다. 그동안 그는 신병을 이유로 군 병원에서 지냈다.

 이집트 국민들은 무바라크가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받았고, 유혈 진압 혐의로 기소된 경찰 고위 관계자 6명이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분노하고 있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측의 무함마드 무르시(60) 후보는 “내가 당선되면 무바라크 재판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무바라크 정권 마지막 총리였던 아흐메드 샤피크(70) 후보는 “모든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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