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앙의 요소를 찾아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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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 3국>
○·원성진 9단 ●·천야오예 9단

제5보(61~71)=포석에서 완착을 두거나 약간 방향착오를 범하는 것은 그 죄가 사소하다. 손해를 굳이 집으로 환산할 경우 1~3집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중앙은 다르다. 중앙에서 서로 몸싸움을 벌일 때 행마가 잘못되면 단번에 10집 이상이 날아간다. 엄청난 상처를 입어 일거에 패망의 위기를 맞게 된다. 63과 64로 서로 연결하고 흑이 65로 지킨 것까지는 외길 수순. 여기서 다음 한 수가 어려워 원성진 9단은 깊은 장고에 빠져든다. ‘참고도1’ 백1로 뻗으면 무난하지만 흑2의 준엄한 공격이 한눈에 보인다. 백 대마가 사망하거나 쫓길 염려는 없지만 중앙 흑 진이 손쉽게 부풀어 오르면 백은 이 바둑을 이기기 힘들게 된다.

 원성진은 결심한 듯 66으로 젖혔고 천야오예 9단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노타임으로 67 절단했다. 68, 70의 돌려차기는 66으로 젖힐 때부터 예정된 수순. 이번엔 천야오예 9단의 장고가 시작됐다. ‘참고도2’ 흑1로 잇는 것은 무난한 모범생 같은 수지만 백2로 뛰어나오게 되면 ‘중앙 경영’이란 흑의 꿈은 수포로 돌아간다. 천야오예는 고심 끝에 71로 가만히 들여다보는 수를 선택했는데 이 수가 호착이었고 이 장면의 최선이었다.(72=백△ 자리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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