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LB] 팀결산 (15) - 토론토 블루제이스

중앙일보

입력

- 1.

2000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99시즌보다 1승이 적은 83승을 올렸다. 94년 '왕조'가 무너진 이후, 순조롭게 진행됐던 팀재건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물론 유망주를 등용하고 다시 그들을 키워내는 리빌딩의 과정속에서 언제나 전진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해의 토론토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후퇴를 했다.

1. 1999년

카를로스 델가도와 션 그린은 각각 40홈런-100타점을 넘어서며 '강타자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데이빗 웰스와 함께 토론토의 유니폼을 입었던 2루수 호머 부시는 .320의 타율을 기록하며 큰 구멍을 막았다.

좌익수 셰넌 스튜어트는 풀타임 2년만에 정상급의 리드오프로 올라섰으며, 애리조나로부터 강탈해 온 토니 바티스타는 31홈런으로 팀의 파워라인에 가세했다. 토미 존 서저리에서 돌아온 마무리투수 빌리 코치는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로 31세이브를 챙겼다.

크리스 카펜터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을 잃었지만, 나머지 절반에서는 '차기 에이스'에 걸맞는 피칭을 선보였다. 카펜터에 이은 제2선발감으로 주목받은 로이 할러데이 역시, 선발과 불펜을 오고가며 강속구투수로서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록 막판 스퍼트의 부족으로 와일드카드는 놓쳤지만, 젊은 선수들의 전반적인 선전은 플레이오프 진출보다도 더 기쁜 소식이었다.

2. 선택

운명의 시간이 왔다. 재정 형편상 델가도와 그린중 한 명을 포기해야 했던 토론토는 결국 팀의 '중심'으로 델가도를 택했고, 그린은 LA 다저스의 라울 몬데시와 교환됐다.

선택은 옳았다. 델가도는 MVP급의 시즌을 보내며 타선의 '에이스' 역할을 확실히 해냈으며, 많이 주긴 했지만 4년 재계약(6천8백만달러)에도 성공했다.

1루수 3각트레이드에서는 데이빗 세기를 포기하고 브렛 풀머를 얻었다. 즉시전력인 세기와 리 스티븐스를 포기한 모험의 대가는 달콤했다.

브렛 풀머 (26) .295 32홈런 104타점
데이빗 세기 (34) .334 19홈런 103타점
리 스티븐스 (33) .265 22홈런 75타점

3. 홈런 1위 - 득점 8위

공포의 파워라인은 토론토의 최대 장점. 델가도와 바티스타는 40홈런을 넘겼으며 라인업중 7명이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화려한 홈런쇼의 뒤에는 형편없는 출루율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했다. 홈런후의 하이파이브에 맛을 들인 토론토 타자들은 볼넷의 미덕을 잊어버렸고, 이는 뒤에서 두번째로 적은 볼넷수와 세번째로 낮은 출루율로 나타났다.

지난 해 토론토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보다 28개가 더 많은 홈런수를 기록하고도 총득점에서는 무려 1백점이 뒤졌다.

4. 무너진 희망

사실 카펜터는 에이스급으로서 빼어난 패스트볼을 갖고 있지 못하다. 속도도 속도거니와 패스트볼의 핵심인 무브먼트마저 무디다. 그런 카펜터가 그동안 엘리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제구력과 함께, 구질의 다양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9년 말의 팔꿈치 수술후 카펜터는 달라졌다. 가장 큰 매력이었던 제구력을 잃어버린 것. 9이닝당 2.88개였던 볼넷수는 4.26개로 치솟았으며, 9이닝당 피홈런수도 0.96개에서 1.54개로 급상승했다. 6.26의 방어율은 정규이닝을 채운 아메리칸리그 투수중 최하위.

할러데이는 198cm키에서 내리꽃는 98마일의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 그러나 빅리그는 직구 하나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가 제대로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변화구인 너클커브는 너클볼과 커브의 이점을 모두 상실한채 던지는 족족 장타로 이어졌다.

5. 조급증을 버려라

토론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얼마전 토론토는 99년 로저 클레멘스, 2000년 팻 헨트겐에 이어 데이빗 웰스마저 내보냈다. 웰스의 트레이드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웰스의 매매시점은 가장 적절했다.

다만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많이 챙겨주는 것이 그들에 대한 의무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신인선수, 특히 투수들에게는 그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필요하다.

99년 어깨부상인 조이 해밀튼을 무리하게 등판시켜 부상을 더 악화시킨 것. 존 올러루드를 포기하고 얻은 로버트 퍼슨(현 필라델피아)에게 지나친 부담감을 심어준 것. 투수력 보강을 외치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