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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는 지금 … 엑스포가 한창, 서대도 한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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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호 18면

엑스포(EXPO)가 열리는 여수에서 요즘 제철을 맞은 생선이 있다. 바로 서대다.
‘5농·6숭이요, 5·6서에 준 사철이라’는 말이 있다. 농어는 5월, 숭어는 6월, 서대는 5월과 6월, 준치는 사철 맛이 좋다는 뜻이다. 서대는 가자미목(目) 생선이다. 모래나 개펄로 형성된 수심 70m 이내의 얕은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외양은 가자미를 많이 닮았다. 옆으로 납작한 데다 입·눈이 작다. 가자미목에 속하는 넙치·가자미·도다리·서대는 눈이 한쪽에 몰려 있는 것이 공통점인데, 서대는 눈이 모두 왼쪽으로 쏠려 있다. 눈이 있는 왼쪽은 불그스름하며 눈이 없는 쪽은 희다. 크기는 대개 20㎝ 이상이다.

서대는 넙치·조피볼락(우럭)처럼 연중 맛볼 수 있는 생선이 아니다. 앵두처럼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여름 한철이다. 다른 생선들보다 수분 함량이 높고(78.2%), 고단백질(100g당 18.6g)·저지방(1.5g) 식품이라는 것이 영양상의 장점. 뼈·치아 건강을 돕는 칼슘(100g당 66㎎), 빈혈 예방 성분인 철분(2㎎), 비타민 B군의 일종으로 피부 수분을 유지시키고 혈관을 확장하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관여하는 나이아신(2.9㎎)이 풍부하다는 것도 돋보인다. 100g당 열량은 95㎉로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서대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참서대다. 용서대와 구별이 쉽지 않은데 몸 왼쪽 면에 자주색 옆줄(세줄)이 있으면 참서대, 없으면 용서대다.
지느러미가 황색이면 참서대, 검으면 흑대기(참서대보다 맛이 떨어진다)다. 충남 해안에선 껍질로 묵을 만들어 먹는 박대라는 생선이 있는데, 박대도 서대류의 일종이다. 몸이 길고(55㎝ 이상) 서해안에서 잡히면 박대다.

식도락가들 사이에선 참서대가 서대류 가운데 맛이 가장 뛰어난 놈으로 통한다.

여수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에선 최고의 여름 별미 가운데 하나로 친다. 남도 사람들은 “서대가 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남도지방의 제사나 행사의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생선이기도 하다.

살이 흰 데다 육질이 담백하고 단단해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회뿐 아니라 조림·구이·찜·찌개 감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서대회라고 하면 싱싱한 생선을 떠올리지만 음식점에서 나오는 것은 갖은 양념으로 빨갛게 버무린 회무침이다. 성질이 급한 서대는 잡히자마자 죽기 때문에 바로 뜬 회는 맛보기 힘들다. 대개 어선에서 냉동시킨 뒤 식당에서 하룻밤 해동(解凍)하며 숙성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살이 단단해진다. 무침용 양념으론 고추장·막걸리 식초·무·부추·마늘·생강·조청 등이 사용된다. 막걸리를 찌꺼기를 가라앉힌 뒤 윗술만 떠서 오래 발효시킨 것이 막걸리 식초다. 이 식초는 서대의 육질을 더욱 단단하게 하고 신맛·매운맛·단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당근·상추·무채 등 각종 채소, 돌산갓김치, 막걸리를 곁들인 서대 회무침은 더위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주는 ‘환상의 커플’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엔 “몸은 좁고 길며 짙은 맛이 있다. 모양이 마치 가죽신 바닥 같다 하여 ‘혜대어’라고도 부른다”고 기술했다. 서유구의 전어지에선 서대를 ‘설어’(舌魚)라 했는데 생김새가 소 혀 모양을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싶다.
고급 어종인 서대류의 국내 어획량이 해마다 줄어들어 원양산의 맛에 점차 길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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