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BMW 디자인에 혁혁한 영향을 미친 사람은 크리스 뱅글(Chris Bangle·56·사진) 총괄 디자이너다. 지금은 다른 데서 일하지만 기자와는 10여 년간 열 차례 넘게 만나며 교유(交遊)해 왔다.
현대적 BMW 디자인 완성, 크리스 뱅글
2009년 2월 돌연 BMW를 뛰쳐나와 가구ㆍ가전 디자인을 한다던 그는 지난해 3월 또 한차례 한국에서 유명세를 치렀다. 이탈리아 와인 농장을 사들인 뒤 새 디자인을 구상하던 그를 현대차가 영입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였다. 현대차가 그에게 의사 타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다. 이후 의외의 곳인 삼성전자에 둥지를 틀어서다. 그를 데려오려면 연봉만 수십억원을 줘야 하는데 이런 파격 대접은 현대차 경영문화와 어울리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1년 3월 11일자 e1면>중앙일보>
뱅글은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같은 특정 프로젝트를 단기간 맡는 용역 계약을 했다. 계약금은 수십억원에 달하고 사장급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계 자동차 업계 유명 디자이너 중 몇 안 되는 미국인이다. 유럽세가 점령한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그가 디자인한 ‘뱅글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미국에서 재미를 볼 수 있다고 봤다. 위스콘신대학에서 영문학을, 캘리포니아의 명문 패서디나 아트센터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인문학 배경 덕분인지 달변이다. 그의 디자인 세계는 한마디로 이런 영향으로
1992년 BMW에 합류한 뱅글의 대표작은 2001년 출시된 7시리즈다. BMW가 추구해 온 ‘직선의 단순미’를 파괴한 혁신 디자인이었다. 치켜 올라온 엉덩이를 연상시키는 트렁크 라인은 경쟁 모델 벤츠 S클래스보다 차체를 커 보이게 했다. 하지만 보수적이던 BMW 팬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