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뛰는 기자정신으로 합격수기·로맨스·이슈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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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란 회원들이 발행된 교지를 보며 다음 호 편집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숙명여고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숙명여고 교지(校誌) 동아리 ‘숙란(淑蘭)’의 반장 이주영(2학년)양의 말이다. 숙란은 1956년 창간됐다. 숙명여중·고 56년 역사를 고스란히 책에 담아오고 있는 것이다. 숙란은 매년 2, 5, 9, 11월에 발행되는 계간지다. 발행부수는 4000부에 이른다. 교지에서 다루는 내용은 대입 합격수기, 동문소식, 체육대회 이모저모, 교사 로맨스(?)처럼 교내·외 소식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 같은 사회적인 이슈까지 다양하다.

기자가 동아리방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깨어서 뛰자’는 반훈(班訓)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를 쓰는 기자는 모든 일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고, 언제 어디든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단다. 모든 활동은 1, 2학년생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사진촬영·편집까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2학년 이현서양은 “숙란은 신입생들이 가장 들어오고 싶어 하는 동아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숙란이 인기 있는 이유는 단순한 동아리 활동을 뛰어넘어 학생들이 진로를 찾고 자신의 적성을 알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학년 임지원양은 이곳에서 활동하며 기자의 꿈을 찾았다. 그는 초반에 마감시간을 지켜야 하는 부담 때문에 기자라는 직업이 자신과 잘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SNS)의 장단점’ ‘외규장각’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면서 ‘기자가 천직(天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자신의 글을 읽고 “좋았다” “다음에는 이런 걸 취재해 봐라”는 등의 반응을 보일 때마다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성취감을 느꼈다. 임양은 앞으로도 인터뷰·기획취재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기사를 쓰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다가갈 예정이다.

숙란은 선후배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싶지만 막상 어떤 과목을 배우는지 자신의 적성과 잘 맞을지 궁금했던 이주영양은 현재 경영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배가 1, 2학년 때 경영학 기초를 배운 뒤 3학년부터 마케팅·회계 같은 전문 분야를 학습한다고 설명해 줬어요. 제가 대학에 가서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직업을 얻을 수 있을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됐죠.”

숙명인들에게 숙란은 단순한 동아리가 아니다. 숙명의 역사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며 자신의 꿈을 찾고 선후배와의 정을 쌓아가는 안식처였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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