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선수겸 통역사, 석하정·전지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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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석하정(左), 전지희(右)

23일 개막한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인 중국 상하이 오픈 탁구대회를 앞두고 열린 만찬. 식사가 늦어지자 이철승(40) 남자탁구 대표팀 코치가 호텔 직원에게 영어로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중국어뿐. 이 코치는 옆에 있던 석하정(28·대한항공)에게 “밥부터 먼저 달라고 좀 해”라고 구원 요청을 했다. 석하정은 중국어로 대화한 뒤 이 코치에게 설명을 전했다. 이후에도 선수단은 처음 보는 음식이 나오면 석하정을 찾았다.

 한국 탁구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대표선수 5명을 포함해 24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전담 통역사가 없어 영어 외에는 의사 소통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선수와 통역의 ‘투잡(two job)’을 하는 석하정과 전지희(21·포스코)가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 중국 출신인 둘은 각각 2007년과 2011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석하정은 런던 올림픽 여자 단체전 출전권을 획득했고, 전지희는 지난해 대한탁구협회가 한국탁구를 빛낸 최우수선수로 선정할 만큼 장래가 기대되는 신예다.

 전지희는 훈련 뒤 이동 차량에서 운전기사에게 에어컨을 틀어 달라고 요청하고, 경기를 앞두고 준비사항도 체크한다. 유창한 중국어 실력에 현지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얼굴을 쳐다본다.

서효원(한국마사회)은 “호텔 내에서 말이 안 통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줘 편하다”고 했다. 석하정은 “귀찮거나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 한국에서는 내가 도움을 받지만 여기서는 도울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웃어 보였다.

상하이=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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