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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밝혀본 정신병에 대한 편견과 오해

중앙일보

입력

정신질환만큼 편견이 심한 질환도 드물다. 이러한 편견은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재활을 막는 두터운 장벽이 되고 있다.

2001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정신질환자의 해'' 다.

정신병 극복의 첫걸음은 질병의 정체를 제대로 아는 것.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과 의학적인 진상을 알아본다.

◇ 정신질환은 드문 병이다〓정신질환은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다.

정신분열병만 하더라도 평생 걸릴 확률이 1%나 되며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1만명씩 발병한다. 정신병적 우울증은 3~6%며, 신경병적 우울증 등 의학적 기분장애만 해도 남자 10%, 여자 20%나 된다.

강박증.히스테리 등 각종 신경증(이전에 노이로제로 알려졌음), 편집증 등 각종 정신질환을 합하면 누구나 평생 한번은 정신병에 걸릴 확률이 있을 정도다. 드문 병으로 여기는 이유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대부분 병을 숨기기 때문.

◇ 정신질환을 앓으면 난폭해지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신문.방송.영화 등에서 정신질환을 그렇게 묘사하기 때문" 이라며 "대표적 정신질환인 정신분열병 환자만 하더라도 오히려 겁이 많고 혼자 있기를 원하며, 대인관계를 피한다" 고 설명했다.

일반인에 비해 범죄율도 낮다.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심한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도 정신감정에서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 정신질환은 마음의 병이다〓정신분열병.우울증.강박증 등 거의 모든 정신질환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생기는 뇌 질환이다.

성균관대 의대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정신현상도 신경전달물질을 비롯해 뇌에서 여러가지 물질이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 이라고 말한다. 즉 마음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알고 보면 뇌의 물질변화에 기인한다는 것.

따라서 위장병에 걸리면 위장약을 먹는 치료를 받듯 정신질환 역시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 치료를 통해 뇌의 이상을 고쳐야 한다. 정신치료나 행동치료를 병행하면 치료효과는 배가 되나 대부분은 약물치료를 우선한다.

◇ 정신과 약은 평생 먹어야 하며 또 먹으면 바보가 된다〓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듯 정신질환 중에도 평생 약을 먹어야 정상생활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2~3년 정도 약물치료후 완전히 낫는 경우가 많다.

또 종래 약중에는 정신기능을 위축시키거나 침을 흘리는 부작용이 나타나 바보가 된 듯 보이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김용식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뛰어난 신약들이 개발돼 이런 걱정은 덜어도 된다" 고 강조했다.

◇ 정신질환에 걸리면 사람이 달라져 제 정신이 아닌 듯 보인다〓이런 편견은 특히 정신분열병 등에 걸린 환자가 상태가 심할 때 엉뚱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환자의 성격이 변한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신병 증상에 의한 것일 뿐이다. 즉 증상을 치료하면 이상한 행동은 더이상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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