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영어캠프, 업체 잘못 땐 전액 환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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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외국어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학교 5학년 지영이(12·가명)는 지난 1월 제주도에서 열린 235만원짜리 영어캠프에 참석했다. 업체는 당초 ‘특목고 지망생과 원어민 학생이 4주간 함께 배우는 합숙 캠프’라고 했다. 하지만 개강 일주일 뒤 아이가 전해온 영어캠프의 실상은 기대 이하였다. 특목고 지망생이 지영이를 포함해 2명뿐이라 ‘특목고 맞춤 학습’도 영어권 국가에서 온 학생도 없었다. 50만원을 내고 참가한 단기 코스반 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지영이 엄마 서모(44)씨는 당장 제주도로 내려가 딸을 데려왔고 업체에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약관에 ‘캠프 시작 이후에는 환불이 안 된다’고 적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서씨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해 분쟁조정 절차를 밟는 중이다.

 방학 때 많게는 수백만원을 들여 자녀를 국내외 캠프에 보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어학·예절·국토대장정 등 각종 캠프 피해 사례는 225건으로 전년(156건)보다 44% 늘었다. ‘업체가 계약 해지를 부당하게 거부한다’는 피해 호소가 전체의 71%, ‘계약 내용과 다르게 서비스가 부실하다’가 19%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 피해구제국 윤영빈 팀장은 “특정 시점 이후에 환급해주지 않는다는 조항은 불공정 약관에 해당하므로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약관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고시한 ‘어학연수관련업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업체가 허위·과장광고를 했거나 계약 내용을 어기는 등의 잘못을 저질러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캠프 시작 전은 물론 이후에도 지불금 전액을 돌려받고, 참가비의 10~33%를 추가로 배상받을 수 있다. 소비자 개인 사정으로 취소했더라도 상당 부분을 환급받는 게 원칙이다. 캠프 시작 열흘 전까지 통보하면 참가비의 10% 이내를 위약금 조로 뗀 뒤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는다.

 소비자원의 조정은 강제력이 없어 업체가 승복하지 않을 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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