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620만원 뿌리삼, 부산 해운대구서 가장 많이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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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대치1동 학원가의 한국인삼공사 ‘정관장’ 매장. 올 3월 한 주부가 학부모 모임 멤버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의대에 합격한 아들이 먹었던 홍삼을 추천해 주기 위해서다. 서너 명의 학부모는 달여서 먹는 뿌리삼과 고고생을 위해 나온 홍삼액 등을 사갔다. 매장 매니저 김수미(41·여)씨는 “‘의대 홍삼’ ‘서울대 홍삼’ 같은 말이 학원가 매장에서 인기”라며 “어린이와 학생을 위한 제품을 다른 지역 매장보다 3배 이상 더 갔다 놓아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인삼공사에 따르면 실제 이 매장에서는 5~9세용 홍삼 제품이 전국 점포 평균의 7배, 고교생용은 3배 많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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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에서는 판매 동향이 사뭇 다르다. 인삼공사가 성인 남성을 겨냥해 구기자·복분자를 넣어 만든 ‘홍천웅’이 많이 나간다. 홍천웅이 전체 홍삼 제품 판매의 20%를 차지한다. 다른 곳은 홍천웅 비중이 3% 정도다. 남성 근로자가 많은 거제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 홍삼의 판매가 지역별로 다른 특색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삼공사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5개월간 전국 978개 정관장 점포의 매출을 분석해 ‘홍삼 소비 지도’를 그린 결과다.

 어린이·청소년용 홍삼 제품은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잘 나갔다. 서울 목동은 어린이·청소년용 제품들이 전국 점포 평균보다 6~8배 팔렸다. 경기도 성남 서현점은 전국에서 중학생용 홍삼이 제일 많이 팔린 곳으로 꼽혔다. 고교만 7개가 있어 ‘교육동’으로 불리는 경기도 부천 중동에서는 고교생용 홍삼 판매액이 전국 평균의 5배였다.

 학원·학교 밀집 지역에서 청소년용 홍삼 제품이 많이 팔리는 이유는 기억력·체력·면역력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시관(58) 건국대 의료생명대학장은 “홍삼이 청소년 기억력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억력이 확 좋아졌다고 느낄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뿌리삼을 많이 소비하는 곳은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부산 해운대의 센텀시티 매장이었다. 서울 압구정동의 2배, 삼성동의 2.3배가 팔렸다. 뿌리삼은 6년근 600g에 최고 620만원까지 하는 제품이다. 인삼공사 측은 “신흥 부촌이기도 하지만 관광객 수요도 꽤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 소비 트렌드에 맞춰 홍삼 마케팅 기법도 변하고 있다. 홍삼업체들은 최근 들어 매주 한 번 이상 대치동 학원가의 커피숍에 들르고 있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모이는 ‘학부모 커뮤니티’를 노린 것이다. 샘플을 나눠주고, 제품의 기능을 설명한다. 학원 운영진과 가깝게 지내면서 각 학교·학원의 공부 잘하는 ‘엄친아’를 파악하기도 한다. 친구들의 선망을 받는 학생에게 홍삼을 먹도록 함으로써 소비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홍삼은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생산액의 52.6%(7190억원)를 담당하는 ‘국민 식품’이다. 인삼공사가 이 중 75%를 생산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홍삼(紅蔘) 수삼(水蔘)을 쪄 만든 증삼(蒸蔘)을 말린 것. 태양열로 건조해 수분이 약 14%가 되도록 한다. 1996년 전매제가 폐지된 후 현재 대기업 10곳 이상이 홍삼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홍삼 시장은 2009년 1조원을 넘었으며 현재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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