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진당 당원들 극렬 저항 … 압수수색 실패한 검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셋째)과 19대 의원 당선인들이 21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서울 대방동 당사 입구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통합진보당 당직자들은 출입문을 걸어 잠그는 등 검찰의 영장집행에 강력히 저항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미희·김제남 당선인, 강 비대위원장, 박원석 당선인. [강정현 기자]

검찰이 ‘4·11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과 관련해 21일 통합진보당 당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당원들의 극렬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검찰은 21일 오전 8시부터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당원들의 반발로 이날 자정이 넘어서까지 중앙당사와 서울 가산동의 경선투표 서버관리업체를 압수수색하지 못했다. 16시간 넘게 당원들과 대치한 검찰은 한때 압수수색 강행을 고려했으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이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발부받은 영장은 27일 자정까지 유효하다.

21일 오후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기 위해 당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던 통합진보당의 한 당원이 취재진의 카메라를 손으로 막고 있다. [뉴스 1]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21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통합진보당 당사와 금천구 가산동의 경선투표 서버관리업체 ㈜스마일 서브, 관악구 봉천동의 투표관리업체 ㈜엑스인터넷정보 등 10여 곳에 검사 4명과 수사관 등 48명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특히 오전 8시10분 통합진보당 당사에서는 검사 2명과 수사관 25명 등 27명이 압수수색에 들어가려 했다. 이에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은 급히 당사 출입문을 봉쇄하고 당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전 9시가 지나자 김선동 의원과 노항래 정책위원장,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인이 당사에 도착했고 출입을 저지하는 경찰에 “의원도 못 알아보느냐. 남의 집에 와서 집주인을 막느냐”고 호통을 쳤다. 오전 9시45분쯤엔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도착해 “외부단체가 고발했다고 당의 심장과 같은 당원명부를 내놓으라는 건 정당 활동에 심각한 침해”라고 말했다. 검찰은 12층 당사 내부까지 진입했지만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저항에 압수수색은커녕 오히려 당원들에 의해 고립됐다. 검찰 수사 앞에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없었다.

 검찰은 당사 앞에 대기 중이던 경찰력을 동원해 압수수색팀 보호를 요청했고 전경 50여 명이 오전 10시쯤 당사 건물로 긴급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12층 당사 내로 진입하려는 경찰과 진보당 당원들이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유리문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진입하려던 경찰을 당원들은 극렬히 막으며 “당사의 주인이 검찰총장이냐”고 고함을 질렀다. 김미희 당선인은 오전 11시30분쯤 브리핑을 통해 “검찰과 경찰이 쳐들어오는 건 폭거이며 당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선관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업체 직원이 달아나면서 차질을 빚었다. 압수수색에 동의하고, 수색과정을 지켜볼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검찰은 입회자 없이 강제로 컴퓨터에 들어 있던 관련 서류 등을 복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당원 20여 명이 검찰의 접근 자체를 차단했다. 강기갑 위원장은 급히 투표관리업체를 찾아 검찰을 저지했다. 검찰은 이날 자정까지 통합진보당 당원들과 16시간 넘게 대치했지만 결국 투표관리업체 한 곳을 압수수색하는 데 그쳤다. 검찰은 필요 시 압수수색을 방해한 당원들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일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라이트코리아가 4·11 국회의원 비례대표 경선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정희 의원 등 진보당 공동대표를 대검찰청에 고발하며 시작됐다. 검찰은 사건 초기 ‘정당 내부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라 통합진보당의 자체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지만 진상조사가 시작된 지 20일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자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이날 부정경선 의혹을 밝히기 위해 선거인명부와 당원명부, 투표 관련 프로그램과 투·개표 내역, 투표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 접근 로그 기록,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집 자료 등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한편 검찰의 압수수색 실패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에는 경찰이 전국교직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의 불법 정치활동 의혹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2006년에는 기업 등의 당비 대납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한나라당 염창동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려다 당원들의 반발로 중단했었다.

정원엽·류정화 기자

통진당 시간대별 압수수색 상황

▶오전 8시 : 검찰,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 압수수색 시도
▶오전 9시 : 김선동 의원과 노항래 정책위원장,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인 등 당사 도착
▶오전 10시30분 : 전경 50여 명 12층 당사 투입, 당원들과 물리적 충돌
▶오전 11시30분 : 김미희 당선인 “검찰과 경찰 진입은 폭거” 브리핑
▶낮 12시 : 정진후·박원석·김제남·김미희 당선인 등 진입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
▶오후 3시 : 강기갑 혁신비대위 위원장 가산동 서버관리업체 압수수색 저지
▶밤 12시 : 검찰, 통합진보당 관계자들과 16시간 넘게 대치했으나 압수수색 실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