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요즘은 소비자 위로하는 ‘힐링 마케팅’이 먹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잡코리아 ● 피하고 싶은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을 7개 에피소드로 엮음.

“내가 신입 때는 두 달 동안 매일 밤샘 근무를 했어….” 잔뜩 주눅 든 채 인스턴트 커피를 타고 있는 신입사원한테 사물함에 비스듬히 기대 선 과장님의 무용이 이어진다. 어느새 피노키오처럼 한 자는 길어진 과장의 코에서 새잎이 돋아난다. 곧이어 빌딩 옥상에 도열한 신입사원들이 ‘인간 대포’를 쏴 과장을 하늘로 날려 보낸다. 샐러리맨들에게 최근 ‘직장 개그의 종결자’로 통하는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광고다. 피하고 싶은 상사와 부하 직원을 7개 에피소드로 엮어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이에 대한 직장인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속이 후련하다”는 것이다.

동아제약 ‘박카스’ ● 삶에 지친 구직자·군인·직장인이 서로 부러워한다는 내용. ●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찾자는 메시지.

광고·뮤지컬·음식·여행 업계 등에 ‘힐링(healing·치유)’이 새로운 마케팅 키워드로 떠올랐다. 힐링을 소재로 한 광고·상품·서비스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종전에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내세운 ‘웰빙(well-being)’이 대세였으나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이젠 누구나 ‘치유’에 관심을 둔다는 분석이다. 생활고·취업난·조기은퇴 등으로 인해 삶이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학생, 취업난에 시달리는 구직자, 피로에 전 직장인, 은퇴를 눈앞에 둔 베이비 부머 등 모든 세대에게 ‘마음의 위로’가 먹혀든다는 것이다.

한국코카콜라 ‘환타’ ● 공부에 지친 청소년이 아이돌 스타가 되는 상상을 담은 뮤직비디오 형식. ● 유튜브에 공개된 지 10일 만에 조회수 40만 건 기록.

 공부에 지친 학생이 갑자기 아이돌 스타로 변신한다는 엉뚱한 상상을 담은 환타 광고는 유튜브에 공개된 지 10일 만에 조회 수 40만 건을 돌파했다. 교실에서 열강을 토하는 선생님의 등 뒤에서 졸고 있던 학생이 갑자기 ‘밤새워 공부했다 엄마 때문에…’를 외치며 반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하며 춤(셔플댄스)을 추는 뮤직비디오다. 코카콜라 이진영 차장은 “학업 스트레스로 지친 청소년들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잠시나마 행복한 상상을 즐기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TV드라마에도 힐링 바람이 거세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월화드라마 ‘해피엔딩’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회부 기자 두수(최민수)가 무관심했던 가족과 화합을 도모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글이 많다.

 여행사 노매드는 올해 초 힐링을 테마로 한 여행상품을 출시했다. 서울 도심의 고궁과 한옥마을을 심리 치유 전문가와 돌아보면서 몸과 마음에 쌓인 독을 빼주는(디톡스) 상품이다. 이 회사 윤용인 대표는 “요즘 피곤에 찌든 이가 많아서인지 힐링이라는 가치가 중요해졌다”며 “고민과 번뇌를 잊고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힐링 상품이 예상외로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

 ‘힐링 푸드’ 역시 주목 받고 있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은 대구테크노파크바이오헬스융합센터, 경북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등과 함께 힐링 푸드 사업을 전개 중이다. 처음엔 당뇨병이나 비만 환자를 위한 식단 개발로 출발했다. 하지만 최근엔 국과 현미밥에 밑반찬으로 저염김치·샐러드·생선·두부 네 가지를 내놓는 단출한 건강 식단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을 위한, 몸의 균형을 찾아주는 식단’으로 개발한 것이다. 동산병원 서영성(가정의학) 교수는 “웰빙은 몸에 좋은 것을 먹자는 주의였다”며 “그러나 힐링은 몸에 좋은 것도 과하면 해로우니 몸과 마음의 균형 속에 안식을 찾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