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6명 … 5명이 ‘사진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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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주포토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은 광산분교 어린이와 이들을 지도한 작가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서진경·서형욱·서윤영·손주희 어린이와 조남숙·정식·신동석·강택수씨. [사진 포토페스티벌 운영위원회]

전교생이 6명인 초미니 농촌학교의 어린이들이 사진작가로 데뷔했다. 아이들은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 보면서 닫혔던 마음을 열어 제치고, 가슴 속에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일 막을 내린 제5회 전주포토페스티벌에 출품한 군산시 대야면 광산분교 아이들 얘기다. 지난 12일 시작한 전주포토페스티벌에는 한국·중국의 내로라 하는 사진작가 60여명이 참여했다. 유명 작가들의 대작이 즐비하게 걸려 있는 전시장의 맨 앞쪽에 ‘우리 마을 우리 집 이야기’ 코너가 꾸며졌었다. 산책하는 할머니와 이순신 장군 동상,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 새참 먹으러 가는 농부 등의 사진과 삐뚤빼뚤 쓴 글씨의 이야기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아 끌었다.

 이 국제 포토페스티벌에 아티스트로 초청을 받은 어린이들은 광산분교의 6학년 박민수 군과 5학년 서진경 양, 4학년 서윤영·손주희 양, 2학년 서형욱 군 등 다섯 명. 전교생 가운데 4학년 이종건 군만 집안 사정으로 빠졌다. 이 학교는 군산시내서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다. 한 때는 전교생이 500여명이나 될 정도로 많았지만 현재 1·3학년은 아예 학생이 없다. 4학년 3명, 2·5·6학년 1명씩만이 있다.

 광산분교 어린이들이 카메라를 든 것은 3월 재능기부에 나선 사진작가 정식(51)씨와 방송작가 조남숙씨, 대학생 신동석(전주대)씨가 학교를 찾아오면서부터다.

 사진 수업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1~2시간씩 진행했다. 20~30분 이론수업을 하고, 주변 마을이나 산·들로 야외촬영을 다녔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얻어 DSLR 카메라(렌즈 교환식 디지털 카메라)를 임대, 학생 한 명당 1대씩 제공했다. 대상을 글로 표현하면서 내면의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 내는 훈련도 함께 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었다. 도시에서 일하는 부모와 떨어져 살기도 하고,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도 있었다. 복잡한 가정 사정을 얘기하기 싫다며 말문을 닫은 어린이도 있었다. 카메라를 멘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소통하는 법을 배우면서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찍은 작품을 함께 봐 주면서 칭찬을 해 주기도 했다. 사진의 소재도 변했다. 초기엔 쓸쓸한 운동장이나 깜깜한 강당 등을 찍던 아이들이 이젠 예쁜 꽃과 할머니의 얼굴, 동생의 환한 웃음을 담는다.

 서진경 양은 “같은 사물인데도 다른 작품을 보고 시선·생각이 서로 다르지만 틀린 것은 아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작품을 전시하고, 유명작가들이 와 칭찬을 해 주니 뿌듯하고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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