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럽 위기는 노이즈 … 금융시스템 훼손 안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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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금의 유럽 위기는 ‘노이즈(잡음)’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 시스템을 훼손시키는 수준이 아니다.”

 와이 호 렁(사진) 바클레이즈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이 낙관했다. 그를 만난 날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16일이다.

국내 주가가 3% 넘게 밀리고 원화 값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데도 그는 금융 시장 전망에 긍정적이었다. 그에게 그 이유를 들었다. 영국계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캐피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자산 규모가 1조5640억 파운드(약 2890조원)에 이른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나오는 얘기다. 새로울 게 없다. 그리스 연정 구성 실패에 ‘메르코지(메르켈 독일 총리-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동맹 균열이 겹치면서 시장 충격이 커진 것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에도, 다른 유럽 국가에도 손해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상황 반전을 위해 전 세계 투자자가 중국의 긴축완화를 기대한다. 지난 주말 지급준비율을 내리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착각해선 안 된다. 중국 정부가 바라는 것은 연착륙이다. 8%대 성장만 하면 된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8%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 투자분은 4.3%다. 순수출은 -0.4%고. 만약 유럽 상황 악화로 순수출 부분이 -1% 수준으로 낮아져 7%대 성장이 예상되면 그때 가서야 본격적인 긴축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투자에서 소비로 성장의 축을 옮기고 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향후 5년간 임금을 15~20% 올릴 것이다. 임금 상승은 중산층 확대를 의미한다. 중국 중산층이 늘면 한국 기업엔 호재다.”

 - 그런데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1분기 상장사 이익은 10% 넘게 줄었다.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하다.

 “양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 트렌드다. 최근 5년간 한국 기업은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대만은 최저가 생산기지를 지향했고. 그 결과 한국에선 글로벌 챔피언 기업이 여러 개 탄생했다. 대만은 그러지 못했다. 첨단에 있는 챔피언 기업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성장이 느리다. 당장은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처럼 보일 거다. 그런데 길게 보면 삼성전자 같은 챔피언 기업이 후방 산업의 전체 기업을 이끌고 성장하는 모양새다.”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은.

 “아시아다. 특히 한국·대만·말레이시아를 추천한다. 한국과 대만은 정보기술(IT) 사이클이 상승으로 돌아서면서 수혜를 볼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총 267억 달러의 민영화가 진행된다.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재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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