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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들 도박·룸살롱 출입…이판사판 폭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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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15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사건에 대해 국민과 불자에게 사죄하는 108배 참회정진을 하고 있다. 참회정진은 100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성호 스님(左), 김영국 전 종책특보(右)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동영상 파문이 총무원장 등 종단 수뇌부에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도박 동영상을 처음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 동영상을 ‘기획 폭로’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조계종 종책특보 김영국(54)씨는 15일 일제히 총무원을 공격했다. 특히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타깃이었다. 전날까지 참회문 발표 등 수세적 입장이던 총무원도 성호 스님의 과거 범죄 사실을 공개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조계종 제도권과 총무원 불만세력이 서로 폭로전을 통해 충돌하는 양상이다.

 성호 스님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인 자격으로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그에 앞서 성호 스님은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자승 스님이 제대로 했으면 이런 풍파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국씨의 목소리는 한층 높았다. 그는 이날 오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총무원장의 최측근인 조계사 주지가 도박을 했다는 것은 종단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총무원장 등 지도부는 자신들에 대한 룸살롱 출입, 도박 의혹 등에 대해 먼저 깨끗하게 해명한 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일부 승려의 도박 동영상을 빌미로 총무원을 공격하는 이유는 뭘까. 총무원장에 대한 구원(舊怨)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성호 스님은 2009년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선거 때 그의 승적을 문제 삼았다가 승적이 박탈됐다. 김씨는 2010년 3월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이, 정치권이 좌파 성향인 자신을 주지직에서 몰아내려 한다며 외압설을 제기했을 때 명진 스님 편을 들었다가 총무원장과 사이가 틀어졌다. 그는 “ 총무원장이 민주통합당에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그때까지 맡고 있던 당의 불교특위원장을 스스로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총무원을 뒤흔들어 타격을 입히려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봉은사 주지직을 그만둔 후 끊임없이 총무원장을 비판해 온 명진 스님의 입이다. 그는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선거를 도왔을 정도로 한때 사이가 좋았으나 주지직을 내준 후 그를 “정권의 하수인”이라며 거세게 비판해 왔다. 그래서 이번 동영상 파문도 그가 배후에서 주도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하지만 명진 스님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강연 활동을 물론 언론 접촉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그의 측근은 15일 “승복 입고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할 정도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을 뿐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이 입을 열어야 사건의 실체가 좀 더 분명해질 것 같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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