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여 권에 달하는 고서(古書)가 한꺼번에 국내에 들어온 경우는 전례가 드뭅니다.”
15일 정식 개관한 한양대 ‘슐츠·플루메 문고’에 대해 이준형(46·사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덧붙인 설명이다.
이 대학 제2법학관에는 세계적인 로마법학자인 프리츠 슐츠(1879~1957) 영국 옥스포드 대학 교수와 그의 제자 베르너 플루메(1908~2009) 독일 본 대학 교수가 100년간 모은 책 3000여 권이 새롭게 선보였다. 15세기 중반부터 20세기까지의 희귀 법학 전문 서적이 지구 반대쪽 독일에서 넘어온 것이다. 아직 독일에 남아있는 2000여 권도 마저 내년 초 이곳으로 이사올 예정이다.
전례 없는 ‘고전 법 서적 문고’를 한양대로 가져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년여 동안 학교를 끈질기게 설득해 ‘슐츠·플루메 문고’를 여는데 앞장 선 이 교수는 “학교 측에서 4억원을 들였지만, 40억 이상의 가치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1년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해 중앙대 법대 조교수로 임용된 그는 2010년 3월부터 한양대에서 민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교수는 “2010년 스승인 양창수 대법관으로부터 이번 장서의 중요성을 듣고 한양대로 가져오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문고를 한양대로 유치하는 데 서울대·이화여대 등 국내의 다른 학교는 물론이고 중국(정법대), 일본(도호쿠대)의 해외 대학들과도 경쟁해야만 했다. 특히 중국의 정법대학이 가장 큰 경쟁상대였다.
그러나 문고를 상속받은 플루메 교수의 유족 측은 한양대의 손을 들어줬다. 한양대가 가장 협상에 적극적이었고, 민주주의를 실현한 한국이 두 교수의 법 철학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나라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에 선보인 문고의 도서 중 85% 이상은 국내에는 소개돼지 않은 희귀 전문 서적이다. “19세기 독일법학 서적을 집대성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학문적으로도 의미가 커 보유 가치가 높다”는 게 이 교수의 평가다. 한양대 측은 “다소 벌어졌던 일본과 법학연구 수준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