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안 부르면서 국고보조금·의원세비는 왜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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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를 부를지 말지 논란을 벌이는 정당.

 10일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에 의해 드러난 통합진보당의 또 다른 모습이다. 유 대표는 이날 “중앙당 행사에서 애국가를 틀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왜 (우리 당은) 국민에게 명료하게 설명될 수 없는 일을 하는 걸까. 이 의례를 거부하는 게 그렇게 가치 있는 걸까. 이런 토론을 하는 것이 (통합진보당에선) 금기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었다.

 통합진보당의 행동양식이 얼마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합진보당의 애국가 논쟁은 창당 때부터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의 상징이었다.

 국민참여당 출신인 유 대표 측은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당원이 많은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 등이 ‘진보의 정체성’과 ‘고유의 문화’를 내세워 반대했다고 한다. 이정희 대표가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하고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그때부터 ‘이정희 중재안’대로 당의 공식 행사를 진행해 왔다.

 정치권에선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정희 공동대표 등 당권파는 앞으로 당 공식행사 때 애국가를 부르는 등 ‘국민의례’를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야권에서도 질책이 나왔다. 민주통합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은 홈페이지 ‘시정일기’에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당이 애국가도 부르지 않고 행사를 한다는 유 대표의 발언은 충격적”이라며 “총선에 참여해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선출한 공당이라고 한다면 자기 입장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썼다.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세계 어디서나 부를 수 있는 게 애국가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북한 사람뿐”이라며 “ 세금으로 연간 수십억원대의 국고보조금과 의원 세비를 퍼주는 게 온당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통합진보당은 국고보조금을 반납하라”며 “단물만 빼먹고 나라는 부정하느냐”고 따졌다. 이 밖에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민과 국가가 준 돈과 권력은 놓지 않으려면서 국가를 부정한다고?” 등의 의견이 들끓었다. 당원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국가를 거부하는 집단인 민노당에 10년 넘게 소속됐다는 게 창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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