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정치감각 없어 워싱턴에 찍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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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제품은 좋지만 정치적 감각이 미숙하다.’

 애플이 감각 부족으로 미국 정치가에서 인심을 잃고 있다고 현지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이 최근 전자책 가격담합 혐의로 제소되고, 또 교묘하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하원의원들로부터 비판받는 상황과 관련한 것이다.

 폴리티코는 애플이 공격을 받는 이유가 ‘우리 좀 내버려 둬(don’t bother us)’라는 식으로 정치권을 홀대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애플은 우선 경쟁사들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 애플은 올 1분기 정치권 로비에 50만 달러(약 5억7000만원)를 썼다. 같은 기간 구글은 그 10배인 500만 달러를,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만 달러를 로비 활동에 사용했다. 구글은 올해 로비 활동 비용을 2000만 달러를 책정해 놓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 로비란 정치인을 만나 기업에 필요한 법령 제정 등을 설득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로비’가 풍기는 ‘불법·비리’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상원과 하원에 등록된 로비스트만 로비 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재 등록된 로비스트는 약 1만5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단체나 다른 국가 소속이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환경과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데 따라 법령을 그때그때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어 로비스트를 다수 고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애플은 유독 정치권을 외면하고 로비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게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폴리티코는 “상원 반독점 소위원회에서 8년간 일하면서 애플쪽 인사를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는 제프 밀러 수석입법보좌관의 말을 곁들였다.

 애플은 정치인이나 공직자를 상대하는 임무를 띤 대관 조직도 없다. 이에 비해 구글과 MS는 물론이고 비교적 신생기업인 페이스북도 별도의 대관 조직을 갖추고 있다. 폴리티코는 “카리스마를 갖춘 스티브 잡스 시대에는 애플의 이런 쌀쌀맞은 태도가 통했으나 이젠 정치권의 공격을 막아낼 방어막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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