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증시 맥짚기] 세계 경제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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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주식시장 주변 상황은 어느 하나 안심할 구석을 찾기 힘들다.

미국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기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탓이다.

특히 금융.기업 구조조정은 노조 등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있고, 금융 경색은 여전히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현재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미래에 희망만 보이면 앞서 움직이는 것. 남보다 한발 앞서 그 맥을 읽어내는 사람에겐 높은 수익으로 보상한다.

내년 주식시장의 흐름을 읽기 위한 주요 변수들을 정리해 본다.

내년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세계 경제의 연착륙 여부다.

만일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세계 경제가 이에 따르고 국내 경제도 경기 둔화세가 완화되며 증시 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경착륙일 경우 국내 경제 회복도 그만큼 더뎌져 증시 침체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 연착륙이 기대되는 미국 경제〓1990년부터 지속된 미국의 10년 호황은 무너지는가. 하지만 그럴 우려는 약해 보인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경제기구들은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에 비해 성장률이 둔화하지만 상승세는 여전해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나스닥이 이미 올해 최고치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하며 조정을 거친 만큼 내년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99년 6월부터 지속돼 온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1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회의를 기점으로 인하 기조로 바뀌며 세계 증시의 단기 유동성 장세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 하반기 들어 유가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것도 미국.유럽연합(EU) 등의 통화정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써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정보통신(IT)투자 회복을 중심으로 나스닥 상승을 이끌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외국인 투자 전망은 엇갈려〓미국 경제의 연착륙과 함께 외국인 매수세 유입 여부도 국내 증시의 수급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다.

비관론자들은 외국인들이 지난해 거래소시장에서 11조3천8백72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수익률이 좋지 않았고, 국내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 경기 둔화 시점에서 국제 투자자금은 위험이 높은 신흥 주식시장에서 미국 등 선진 주식시장으로 빠져 나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골드먼 삭스 등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 증시가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분석한 데서 알 수 있듯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상반기 말께 미국과 EU의 경제 연착륙이 아시아 등으로 확산되면 빠져 나갔던 외국인 자금이 되돌아와 국내 증시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SK증권 오상훈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상반기 중 세계 경제 둔화세가 전환될 것으로 보여 국내 증시도 이르면 1분기 말께 상승 기조로 들어설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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