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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문학관 '다리가…' 세련된 연출 돋보여

중앙일보

입력

'TV문학관' 의 매력은 진정성이다.

문학 작품이 원작인 만큼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미니시리즈나 주말극이 시청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수록 TV문학관의 존재 의미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TV문학관' 하면 웬지 칙칙한 인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드라마지만 냉큼 손길이 가지 않는 프로' 란 이미지가 강하다.

왜일까.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TV문학관' 에선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메시지나 새로운 연출기법을 찾기가 힘들었다.

'개봉작' 을 본다는 기분보다는 '흘러간 옛 영화' 를 접한다는 느낌이었다.

27일 방영하는 TV문학관 '다리가 있는 풍경' (KBS2 밤 11시) 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전경린의 단편 '앞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 을 바탕으로 한 '다리?? 에는 TV문학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TV문학관의 한계와 이를 넘어서려는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연출기법이다. 박철수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했고, 미니시리즈 '학교' 등을 제작했던 이민홍 PD는 빠른 화면전개와 깔끔한 연출을 선보인다.

때문에 1970년대를 배경으로 아버지 세대의 삶을 보여주고 있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산뜻하다.
또 빈틈없는 화면구도로 열흘이란 짧은 촬영기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드라마의 맛을 더했다.

주인공(하재영) 은 운동권 출신의 시골 군청 직원. 생활력이 강한 시골 아낙(이휘향) 과 결혼해 딸만 넷을 두고 있다.

대학시절 연인이었던 같은 군청의 문계장(지수원) 을 여전히 사랑하고, 시대적 압박감을 못견뎌한다. 이들 사이에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각 인물의 감정에 나름의 설득력을 실어 굴절 없이 그려낸 점도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소재와 배경을 1970년대에서 끄집어냈다 해도 시청자에게 던지는 드라마의 메시지는 동시대에서도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인공의 두집 살림이나 아들에만 집착하는 억척스런 어머니의 모습 등은 오히려 드라마의 문턱이 되고 만다.

당시의 기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문턱에 걸려 드라마에 깊이 들어가지 못한다.

이PD는 "90년대의 작품은 스토리 구도가 해체돼 드라마화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며 작품 선정의 한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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