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한류의 성공, 프랑스 전문가가 본 시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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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메인스트림-모두를 즐겁게 하는 그 문화에 대한 탐문
프레데릭 마르텔 지음
권오룡 옮김, 문학과지성사
578쪽, 2만5000원

이 책은 프랑스 국영방송 토크쇼 진행자인 저자가 미 하버드대 패컬티 클럽에서 『문명의 충돌』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을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헌팅턴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움직이는 힘으로 문화를 지목해 수퍼스타가 된 거장. 하지만 저자는 “청교도의 엄격함을 지닌 헌팅턴이 엔터테인먼트, 즉 오락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삐딱하게 평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 책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헌팅턴이 통찰했으나 실은 잘 몰랐던 그 ‘문화전쟁’의 실체, 즉 “콘텐트를 장악하기 위한 세계대전에 대한 탐문”임을 밝힌다. 저자는 30여 개국의 콘텐트 산업 관련자 1250명을 만났다. 먼저 찾아간 곳은 미국. 이 나라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의 ‘메인스트림’이 되기 위해,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택하는지 들여다본다.

 이어 ‘미국식 엔터테인먼트’라는 메인스트림에 도전하는 나라들로 시선을 돌린다. 브라질·중국·인도·일본·한국·아랍 등등. 그리고 한때 메인스트림이었으나 쓸쓸히 밀려난 유럽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향배도 살펴본다. 저자는 아시아에 불고 있는 K팝과 한류 드라마 열풍에 ‘글로벌한 상품+철저한 현지화’라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의 성공이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세계 대중문화 현장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반복적이고 번잡한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디테일의 힘’은 매력적이다. 언제부터 극장에서 팝콘을 먹게 됐는지, 알자지라 방송국은 어떤 풍경인지, 그리고 “잘 생긴 외모야말로 한 미디어에서 다른 미디어로, 아시아의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가장 잘 옮겨갈 수 있는 값진 자질 중 하나죠”라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의 명언(?)까지, 페이지마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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