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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힘겨운 겨울나기'

중앙일보

입력

여의도 증권가에 구조조정 얘기가 나도는 등 찬바람이 불면서 증권사 직원들의 대응방법도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은 부류는 '이것저것'형(型). 구조조정을 예상하고 있는 증권사 직원들은 '혹시나 내가 대상이 아닐까?' 하는 우려감에 이직 등 여러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증권업계 근무 4년차인 H사의 L씨는 '지금같은 침체 상황에서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 떠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동종 업계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지만 음식점같이 아예 다른 일을 알아보는 사람도 꽤 있다'고 말했다.

L씨는 '지점으로 보내 4∼5명이 나가야 할 영업에 8∼9명을 집어넣으면 예전처럼 약정 때문에 명의만 남의 것을 빌려 자기 돈을 돌리는 '모찌'도 한계가 있고 하니 결국 몇 명은 나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일부계층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종신보험이 최근 일반화되면서 증권업계에서 일하며 넓은 인맥을 형성한 사람들은 그런 보험사로의 이직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또 한 부류는 복지부동(伏地不動)형. 이들은 어떻게든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고 보자는 생각에 '나가라는 것만 빼고는 어떤 처분도 감수한다'고 말한다.

L사에 다니는 M씨는 '어차피 증권계는 1년 호황 때 벌어 이후 3∼4년을 버티는 곳'이라며 '주가 사이클은 정권 사이클과 궤를 같이 한 경향이 있어서 2002년 대선 까지 내년 1년만 어떻게든 잘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동료들도 많다'고 전했다.

다른 부류도 있다. 이른바 '부자아빠'형. 올 한해 경제 경영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 나오는 방법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위 말해 낮엔 '남'을 위해 충실한 직장인으로 활동하고 밤엔 '자신'을 위해 자기만의 사업을 갖는 것.

D사의 H씨는 최근 '부띠끄'라는 방식의 부업 아닌 부업이 유행한다고 말했다.

'부띠끄'란 제3시장이나 장외시장에 있는 유망기업을 발굴해 투자자를 연결해주면서 자금유치를 돕고 상장이나 등록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중개업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규모 기업이나 신생기업의 경우 지금같은 경기불황에선 자금은 필요하지만 투자자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에게 외국계 회사나 국내 투자자들을 연결해 주고 개인적으로는 5% 정도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갖고 있다.

이래저래 여의도 증권사 직원들은 올 연말 힘든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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