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몰트 위스키 명가 스코틀랜드 매캘란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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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를 발효시킨 맥아즙은 구리로 만든 증류기를 두 번 거치면서 알코올 도수 72도의 위스키 원액이 된다. 영국 스코틀랜드 크래켈러키에 있는 매캘란 증류소의 증류기들. [사진 매캘란]

영국 스코틀랜드 모레이의 크래켈러키 지역은 하이랜드·로랜드·아일레이 섬과 더불어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4대 본고장으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모레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스페이 강 유역엔 위스키 증류소 40여 개가 옹기종기 둥지를 틀고 있다. 스코틀랜드 내 위스키 증류소 70여 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다.

 지난달 25일 찾은 매캘란은 프리미엄 싱글 몰트 위스키의 명가다. 싱글 몰트는 100% 보리만으로 하나의 증류소에서 만든 최고 순도의 위스키를 뜻한다. 증류소는 153만7805㎡의 부지에 창고·농장과 함께 자리 잡았다. 날씨는 스코틀랜드다웠다. 비가 내리다 돌연 화창하게 갰다. 느닷없이 우박도 내렸다. 하루에 4 계절을 넘나들었다. 매캘란은 4개의 파이프로 지하 25m에서 길어 올린 물을 쓴다. 보리는 스코틀랜드의 30여 개 농장에서 공급받는다. 위스키 제작의 시작은 발아다. 따뜻한 물에 이틀 동안 담근 보리를 5일 동안 자연 건조하며 싹을 틔운다. 그리고 가마에서 이탄을 땔감 삼아 섭씨 60~74도로 굽는다. 이 과정에서 보리에 스민 연기가 독특한 향을 낸다.

 분쇄기를 통해 빻은 보릿가루 가운데 10%만 재료로 쓴다. 보릿가루는 6t 용량의 스테인리스 통에 넣고 갈퀴 달린 기계로 섭씨 64~80도의 물과 번갈아 섞는다. 캐나다산 전나무로 만든 24개의 통에 나눠 담는다. 여기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면 알코올 8%를 함유한 발효액이 된다.

 발효액은 구리로 만든 15개의 증류기로 옮겨 끓인다. 두 차례 증류를 거치며 알코올 도수는 72도까지 치솟는다. 위스키 제조의 마지막 단계는 숙성이다. 매캘란은 스페인산 셰리 오크통을 주로 쓴다.

 오크통에서 수년간 숙성한 뒤 병에 넣기 전 ‘위스키 메이커’가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매캘란을 통틀어 딱 두 명뿐이다. 그중 한 명인 이언 모리슨이 위스키 마시는 법을 귀띔한다. “먼저 향을 맡은 뒤 입술 축일 정도만 머금어 혀로 굴린 다음 삼켜 보세요.” 매캘란 12년산을 시음했다. 달콤한 셰리와 말린 과일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물과 보리, 오크통이 어울려 낸 자연의 마법이었다.

크래켈러키(스코틀랜드)=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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