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억 밥값 할 날 오늘 하루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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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일이나 늑장 개원하고, 임기 중엔 쇠망치와 최루탄이 등장하고, 임기 말엔 소모적인 대립으로 민생법안을 무시하고…. 한 달 남은 18대 국회가 남긴 어두운 기록들이다. “국회가 공전(空轉)할 때는 세비를 반납하라”는 비난 여론에도 아직 바뀐 게 없다.

 국회는 2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과 60여 개의 민생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18대 국회의 마지막 과제다. 국회가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은 112위치추적법 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발생한 수원 부녀자 살인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112 전화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경찰이 신고 접수 시 자동적으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간단한 감기약·소화제 등을 편의점에서 살 수 있도록 한 약사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의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놨다. 배타적경제수역(EEZ)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피살된 이청호 경사의 희생을 계기로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벌금을 최고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안이다. 소비자들이 수입 쇠고기의 원산지 정보를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소 및 쇠고기 이력관리법 개정안’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 모두 이들 법안 자체엔 반대 의견이 없다. 그럼에도 처리되지 못한 것은 이들 법안이 국회선진화법 처리의 볼모가 돼 있기 때문이다.

 2일 본회의의 사정은 이전보다 나아 보이지만 속단하긴 어렵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수정 제안한 ‘국회선진화법 중재안’을 민주당이 수용키로 했지만, 정작 새누리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본회의를 앞두고 열릴 의원총회에서 격론이 예상돼 당론 채택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2일 본회의가 무산된다면 18대 의원들은 임기(5월 29일) 마지막 한 달을 그냥 놀게 된다. 의원실 한 곳당 국가지원금은 의원 세비, 보좌진 월급 등을 포함해 월 평균 5020만원이다. 지금 18대 국회의원은 총 292명이다. 이들이 한 달 놀면 146억원의 세금이 헛돈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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