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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리 … 한수원 본사 본격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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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원전 납품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한수원 본사와의 연결고리를 캐고 있다. 1일 울산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수사관들을 서울 등지로 보내 10여 곳의 한수원 납품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납품 담당자 계좌를 확보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원전 납품비리가 고리와 영광 원자력본부를 넘어 한수원 본사로 압축해가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수력과 원자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다. 가압경수로 17기와 가압중수로 4기 등 21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납품업체의 돈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업체 직원 계좌에서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돈이 또 다른 한수원 직원으로 흘러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지법에서는 지난 주말 원전 납품 비리와 관련해 여러 장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납품업체에서 한수원 고위 간부에게로 로비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조만간 한수원 본사 고위 임원 2명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소환조사에서 로비자금 수억원을 한수원 납품 업체로부터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지난달 12일 구속한 브로커 윤모(56)씨가 한수원 고위 간부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브로커 윤씨와 한수원 일부 임원이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점으로 미뤄 뇌물을 건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리나 월성 등 원자력 발전소 자재 납품 결정권은 한수원 본사 구매담당자들이 쥐고 있어 광범위한 상납고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된 직원의 차명계좌에서 10억여원이 발견되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뒷돈이 상습적으로 오고간 점에 미뤄 이같이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소위 ‘물 좋은’ 자재 납품 관련 부서 담당자들의 계좌를 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뒷돈을 챙겨 윗선에 상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검찰에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사람은 한수원 직원 6명과 납품업체 관계자 1명, 브로커 1명 등 모두 8명이다. 이 과정에서 주고받은 돈만 14억원이다. 최근 구속된 한수원 한 간부직원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출처 없는 10억여원까지 포함하면 모두 24억원에 이른다. 검찰 수사 결과 비리 관련 원전 직원들은 팀장부터 부장까지 직위가 다양했다. 검찰은 한수원 본사 구매부서 차장이 울산 납품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첩보도 확인 중이다. 한수원 측은 “감사실로 옮겨 근무 중인 해당 간부를 불러 조사했지만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고 밝혔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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