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뇌까지 이란 공격 제동 … 이스라엘 국론 ‘적전 분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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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네타냐후(左), 간츠(右)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국제 공조를 요청해온 이스라엘. 국내적 단합은 의심할 바 없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 공격을 둘러싼 찬반 공방으로 적전 분열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지난 몇 주 동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대이란 정책과 관련해 비판자들로부터 유례없는 집중 포화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유발 디스킨 전 신베트(대내정보국) 국장의 발언이 이스라엘을 발칵 뒤집어놨다. 그는 지난달 28일 “현 네타냐후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둘 다 메시아(구세주)적 감정에 사로잡힌 결정을 내리는 지도부”라며 “그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오히려 이란의 핵개발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2006~2009년)도 디스킨 전 국장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9일 “지금 군사적 노력에 관해 논의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군사공격을 시작할 때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현직 군 지도자의 발언이었다. 베니 간츠 참모총장은 지난달 25일 일간지 하레츠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로 향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핵무기 개발을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과 다른 견해다. 그는 이란의 정치 지도자들을 심지어 “매우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메이르 다간 전 모사드(대외정보국) 국장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 발언은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쏟아진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년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올 7~8월에 실시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란 문제가 선거이슈로 거론되겠지만 선거 전후로 이란을 공격하는 건 어려워진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은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의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 간 협상의 동력이었다. 이스라엘 정부 지도자들은 국내적 분열 양상이 협상 동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어쨌든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보다는 협상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내부의 견해 차이, 11월 미국 대선, 2주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1차 핵 협상 분위기 등을 들어 최근 군사 공격보다는 외교적 해결이 우선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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