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잠긴 강당 나오려다 … 초등생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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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5층 소강당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다. 담임 교사의 관리 소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전 11시20분쯤 망원동 D초등학교 1학년 김모(7)양이 이 학교 5층 소강당 창문에서 갑자기 16m 아래 화단으로 떨어졌다. 김양은 인근 세브란스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머리와 척추 등을 크게 다쳐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김양은 이날 소강당에서 체육수업을 받았다. 수업이 끝난 뒤 마지막으로 남은 다른 학생 2명과 함께 소강당에 갇혔다. 같은 반 허모(7)군이 먼저 닫고 나간 문의 걸쇠가 잠겨버린 것이었다. 김양 등 학생 3명은 문을 열려고 했으나 힘이 달렸다. 반 친구들은 물론 담임 교사 김모(50·여)씨도 김양 등이 소강당에 갇힌 사실을 몰랐다.

 김양은 창문 밖으로 “살려달라”고 외치며 필사적으로 구조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양은 5분 뒤인 11시25분쯤 소강당에 있던 발판용 매트를 아래로 던졌다. 경찰은 김양이 자신이 갇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화단 근처에 있던 6학년 학생들이 김양을 향해 “위험하니까 나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강당에 갇힌 다른 학생 2명도 김양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소강당 창문들에는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김양이 떨어진 창문에는 없었다.

 경찰은 김양이 창문을 통해 빠져 나오려다 실족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강당은 창문을 통해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구조”라며 “피해자가 어려서 많이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반 친구들이 장난으로 김양을 가뒀다는 일부 학생의 진술에 대해서도 진위를 가릴 계획이다. 그러나 허군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으로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 저절로 문이 닫혔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문을 닫는 과정에서 우연히 소강당 문 걸쇠가 걸렸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담임 교사 김씨는 경찰에서 “수업을 마친 뒤 앞서 나온 학생들과 먼저 나가 김양이 남은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을 인솔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담임교사에게 있다”며 “김양의 상태를 지켜본 뒤 담임 교사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추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실족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의 가족은 “소강당은 아이가 섣불리 뛰어내릴 높이가 아니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파악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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