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환 선관위원장, 관행 깨고 임기 보장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법관 임기가 7월 초 만료되는 김능환(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2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선관위원장직을 계속 맡기로 했다. 헌법상 중앙선관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가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한 3인의 선관위원이 호선(互選)하게 돼 있지만 통상 대법원장이 지명한 현직 대법관이 맡아 왔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지명권자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기가 만료되면 중앙선관위원장직도 함께 사퇴했던 관례를 깨고 김 위원장의 임기를 보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4·11 총선이 끝난 직후 곧바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중앙선관위원장직 사퇴서와 중앙선관위원 결원통보서를 제출했다. 7월 10일 박일환·안대희·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대법관 임기가 끝남에 따라 관례대로 선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김 위원장에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므로 대법관 임기가 만료됐다고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하는 관행은 옳지 않다. 선관위원장으로서 임기(6년)를 채워 달라. 최소한 대선까지는 맡아 달라”면서 사퇴서를 반려했다고 한다. 양 대법원장의 사퇴 반려는 명목뿐이던 선관위원장의 임기제를 확립하고 선관위의 독립성 확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다.

 역대 선관위원장 중 임기를 마친 사람은 2~4대를 연임했던 주재황 위원장이 유일하다. 14대 손지열 위원장이 2006년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후임(고현철 위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3개월 유임한 것 외에는 전원이 대법관 임기 만료와 함께 선관위원장직을 동반 사퇴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역대 선관위원장들이 대부분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선관위 내부에선 위원장의 헌법상 임기를 제대로 보장하는 게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