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부채 땜질처방 이제 그만] '품앗이 보증' 마을전체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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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 신태인 지역의 양돈농가 30여호는 올해 초 단 세 가구가 부채를 갚지 못했음에도 서로들 '품앗이' 하듯 서줬던 연대보증 때문에 마을 전체가 얽혀들어 피해를 보았다.

세 가구의 부채는 3억원에 불과했으나 이만한 자금을 갑자기 마련할 가구가 이 마을엔 없었고, 돈사와 심지어 키우던 돼지에까지 차압딱지가 붙으면서 다른 정책자금을 빌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영난에 빠진 농가를 위해 마련된 특별경영안정자금은 연체농가에는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벌어진 농민시위에서 부채뿐 아니라 연대보증 문제가 집중적으로 나온 것도 이때문이다.

경남 하동에서 매실농사를 짓고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로 연간 7천여만원의 순수익을 올려 우수농민상을 받은 노동식(40)씨도 연대보증 문제가 나오면 한숨을 짓는다.

盧씨는 "차라리 내 빚 같으면 뭘 절약하고 또 뭘 팔고 해 계획을 세우겠지만 이건 언제 어떻게 터져 한꺼번에 돌아올지 몰라 밤에는 잠도 오지 않는다" 고 말했?

현재 농민에게 지원된 상호금융.정책자금 가운데 연대보증에 의한 대출은 16조3천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7%에 이른다.

보증을 대신 서주는 농수산업 신용보증기금이 있지만 이 또한 1억원 이상의 보증(전체의 5%)은 보증인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연대보증비율은 더 올라간다. 나머지 대출은 대부분 부동산.예금 담보며, 신용대출은 8%에 불과하다.

지난해 농협이 실시한 표본조사에서는 농민 1인당 평균 2명에게 보증을 섰고, 다섯번 이상을 동시에 보증서 준 경우도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그동안 농촌 투융자사업을 하면서 그저 돈 빌려 주는 사람도 편하고 돈 빌리는 사람도 편하다는 이유로 연대보증 방식을 고집한 것이 문제를 더 키웠다" 고 지적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박성태 수석연구원은 "연대보증으로 우량한 농민들마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인별 보증총액 한도제 등의 도입을 추진하고 농수산업 신용보증기금의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면서 "이를 위해 정부 출연을 늘려 보증한도를 확충해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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