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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새 근원(近園) 수필'

중앙일보

입력

*** 새 近園 수필
-김용준 지음,열화당,1만5천원

책꼴의 미려함이나 완성도,표지와 본문 편집 디자인의 정교함 면에서 국내 단행본 중 가장 뛰어난 책이 ‘새 근원 수필’이다.

눈 밝은 편집자에게 포착돼 장인적 손길로 만들어진 신간은 내용 역시 괄목할 만 하다.월북(越北) 이후 잊혀져온 근대 미술사의 큰 인물이 남겼던 반세기 이전의 산문이 이토록 정갈하고 담박한가 싶은 마음때문이다.

“횡행하는 여러 매체에 길들여져 난삽한 글쓰기와 글 읽기를 하고 있으며 따라서 언어의 구사와 학문 탐구의 방법은 날로 부박해지고 있다.이번 총서는 제대로 사고하고,제대로 쓸 줄 알았으며,바르게 학문했던 인문정신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학문적 문화적 사표로 삼고자 기획됐다.”

황금색 책 날개의 안 쪽에 실린 ‘우리 문화예술론의 선구자들 총서 발간에 부쳐’의 일부 역시 간단치 않은 출사표로 읽힌다.

전체 5권으로 된 전집 중 첫 권 ‘새 근원 수필’은 수필 문장 자체의 진정한 맛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신기하게도 뒷맛이 포근하여 도시에 그늘에 있으되 마음은 산골 숲 사이에 있는 듯 행복해지는 맛”(미술평론가 최열) 이라는 평가에 동감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문학,비(非) 문학의 장르 구분을 넘어 해방 전후 남겨진 문장중 가장 순도 높은 글이라는 판단도 든다.

순수한 우리 말 구사가 이토록 격조있게 표현됐구나 싶기도 한가 하면,잊혀진 한자어로 적절하게 녹아있어 흔지않은 격조로 연결되기도 한다.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데,한가지가 더 있다.

화가이자 비평과 미술사학을 겸한 재사(才士) 였다는 근원의 글은 무엇보다 문사철(文史哲) 을 겸한 지성의 높이도 보여준다.

동시대의 사상에 소홀치 않았던 그는 옛것을 돌아보는 은은한 상고(尙古) 취미가 있었다는데,과연 그렇다.본디 1948년에 나왔던 ‘근원수필’을 근거로 모두 53편을 담은 근원 수필의 완결판이 이 책이다.

한편 전집 제2권으로 같이 나온 ‘조선미술 대요(大要) ’는 1949년에 나온 초판본을 기초로 해 편집의 묘미를 살려 재탄생했다.우리가 알고있는 미술사의 상식들의 원전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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