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기도 하지 … 2m5㎝ 고교생 농구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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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2m5㎝인 이종현(왼쪽)이 경복고 1학년 가드 정해찬(1m77㎝)을 앞에 두고 팔을 뻗어 올렸다. 이종현의 키는 지난해 8월 호주 전지훈련에서 맨발로 잰 것이다. 농구화를 신으면 2m8㎝ 정도라고 한다. [안성식 기자]

“국가대표팀 생각에 설레서 밤에 잠도 안 옵니다.” 경복고 3학년 이종현(18·2m5㎝)은 26일 대한농구협회에 다녀왔다.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려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유일한 고교생 대표선수’ 이종현이 농구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중고농구연맹회장기대회 준결승에서 대구 계성고를 상대로 42리바운드를 따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중고농구연맹이 기록을 전산화한 이후 한 경기 최다 리바운드다. 이종현 덕분에 경복고는 올해 치러진 3개 대회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다.

 대학팀들은 그를 잡으려 혈안이 돼 있다. 농구 명문 중앙대·고려대·연세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종현의 장점은 큰 키를 활용한 리바운드와 블록슛. 특히 블록슛은 ‘김주성급’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유연성과 피딩 능력도 수준급. 그러나 아직 체력과 파워가 약하다.

 2010년까지 프로 생활을 했던 신종석(37) 경복고 코치는 이종현에 대해 “김주성(동부)·오세근(인삼공사)처럼 최고의 빅맨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 본인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제자를 칭찬하며 “대학에 가서 체력을 보완한다면 국내 정상급은 물론 NBA도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이종현의 아버지는 기아자동차에서 센터로 뛰었던 이준호(46·1m97㎝)씨다. 아버지가 연예인 농구단 감독을 할 때 따라다니며 자연스레 농구를 접했다. 연가초 4학년 때 정식으로 농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종현은 “성장판 검사를 해 보니 2m16㎝까지 자란다고 들었어요. 저는 2m10㎝만 돼도 좋겠습니다”라며 웃었다.

 이종현을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건 아버지의 힘이 컸다. “아버지는 제게 선생님이나 다름없다”는 이종현은 “아버지 덕분에 한번도 농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고 했다. 어머니 이은주(43·1m63㎝)씨는 홍삼·한약·가시오갈피 등 몸에 좋은 거라면 뭐든지 챙겨주며 아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이종현은 롤 모델로 주저없이 김주성과 오세근을 꼽았다. “김주성 선수의 모든 것을 닮고 싶습니다. 큰 키를 이용한 플레이도 좋지만 미들슛도 뛰어납니다. 특히 블록슛이 기가 막히죠”라며 부러워했다. 오세근에 대해서는 “골밑에 자리를 잡은 뒤 펼치는 일대일 개인기를 보면 감탄사밖에 안 나와요. 대표팀 가면 많이 가르쳐 달라고 할 생각입니다”며 웃었다.

 이종현의 최종 목표는 NBA 진출이다. 대학에 진학해 경험을 쌓고 힘을 키워 미국에 가겠다는 계획이다.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영어만큼은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종현은 “한창 제러미 린 열풍이 불 때 매일 경기를 봤어요.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봤죠. 저는 빅맨이라 NBA에서 성공하기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꼭 도전하고 싶습니다”고 했다.

  오명철 기자

이종현은 …

■ 생년월일 : 1994년 2월 5일 ■ 신체조건 : 키 2m5cm, 몸무게 104kg

■ 학교 : 연가초-휘문중-경복고 ■ 포지션 : 센터 ■ 좋아하는 가수 : 티아라

■ 가족 : 아버지 이준호(46), 어머니 이은주(43), 2남1녀 중 장남

■ 좌우명 : NO PAIN, NO GAIN(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 보물 1호 : 최근 장만한 스마트폰(갤럭시 노트)

■ 감명 깊게 읽은 책 : 『마시멜로 이야기』(이야기 형식의 자기 계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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