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먹는 하마는 No, 수퍼카도 친환경 하이브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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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이탈리아 남서부에 자리한 나르도 서킷을 방문했다. 포르셰가 개발 중인 2인승 수퍼카 918 스파이더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차는 콘센트에 플러그를 꼽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다.

포르셰는 스포츠카 업체 가운데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가장 열심이다. 이미 파나메라와 카이엔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경주차 911 GT3 R을 실제 레이스에 투입 중이다. 회사의 표어도 ‘포르셰 인텔리전트 퍼포먼스’로 바꿨다. ‘경량화’와 ‘공기역학’, ‘하이브리드’와 ‘효율’의 네 가지 항목이 포르셰의 신차 개발 지침이다.

내년 9월 18일 출시할 예정인 포르셰 918 스파이더의 주행 테스트 모습.

918 스파이더 역시 이 원칙에 충실하다.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가벼운 소재로 무게를 1700㎏ 미만으로 묶었다. 무게가 50㎏ 이상 나가는 부품은 가급적 차의 한복판으로 모았다. 그리고 최대한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아울러 차가운 부품은 아래, 뜨거운 부품은 위에 달았다. 따라서 918 스파이더는 머플러를 엔진 위쪽에 얹는다.

엔진은 V8 4.6L 자연흡기 가솔린으로 좌석 뒤편 밑바닥에 깔았다. 앞바퀴는 80㎾짜리 전기모터 2개로 굴린다. 90㎾짜리 전기모터는 뒷바퀴에 힘을 보탠다. 사륜구동인 셈이다. 엔진과 모터를 더한 시스템 총 출력은 770마력. 리튬이온 배터리를 좌석과 엔진 사이의 바닥에 숨겼다. 플러그로 4시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전용 충전기를 쓰면 20분 만에 끝난다.

나르도 서킷에서 만난 918 스파이더는 아직 겉모습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성능은 완벽했다. 개발 중인 차인 만큼 체험은 동승으로 제한됐다. 운전대는 포르셰 엔지니어가 쥐었다.

그가 시동버튼을 누르자 ‘찌잉~’ 전원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가속을 시작하자 몸이 시트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실내엔 ‘위잉~’거리는 모터음과 바퀴에서 튄 돌가루가 휠 하우스 안쪽을 때리는 소리뿐이었다. 기묘한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속도는 이미 시속 100㎞를 넘어섰다. 그는 “전기모터만으로 거리는 25㎞, 속도는 시속 150㎞까지 달릴 수 있다”고 자랑했다.

포르셰 엔지니어가 918 스파이더에 설치된 각종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반환점을 찍고 돌아 다시 가속에 나섰다. 이번엔 전력질주였다. 별안간 등 뒤에서 ‘우르릉 쾅쾅’ 폭발음과 함께 엔진이 깨어났다. 순간 목이 곧장 뒤로 꺾였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가속이었다.

918 스파이더는 포르셰가 생산 중인 차 가운데 가장 빠르다. 0→시속 100㎞ 가속을 3초 미만, 0→시속 200㎞ 가속은 9초 내에 마친다. 최고속도는 시속 325㎞ 이상이다. 그러나 연비는 33.3㎞/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0g/㎞에 불과하다. 포르셰는 918 스파이더를 내년 9월 18일 출시할 예정이다. 그 이름처럼 딱 918대만 판다.

나르도(이탈리아)=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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