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해임안 가결 … 하이마트 경영 정상화 빨라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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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에 대한 해임 여부를 결정짓는 임시이사회가 25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선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외면한 채 호텔을 나서고 있다. [김도훈 기자]

회사 돈 259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선종구(65) 하이마트 회장이 이 회사 영업부문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하이마트는 25일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선 회장의 해임안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또 선 회장을 대신할 영업부문 대표를 열흘 안에 선임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유경선(57) 유진그룹 회장의 하이마트 재무부문 대표 직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하이마트의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은 이사회 직후 “하이마트의 주식 거래가 재개되는 즉시 매각작업을 재개해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됨에 따라 지난 16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유진그룹 측은 또 “하이마트의 경영 정상화를 서둘러 구매와 납품 관련 업무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진그룹이 발표할 하이마트의 경영 정상화 방안에는 고위 경영층의 경영활동을 감시할 사내 감사실 설치가 포함된다. 그동안은 사내에 감사실이 없어 대표이사의 비리를 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진그룹은 선 회장이 해임되면서 하이마트의 의사결정 통로가 유경선 회장 체제로 단일화돼 경영 정상화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이마트에서는 그동안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놓고도 대립해 왔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가시적인 조치가 취해지고 의사결정 과정이 통합되면 거래소의 주식거래 정지조치도 조만간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하이마트 경영진이 의견을 하나로 모아 내놓은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바탕으로 주식거래 정지 해제 여부를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 결의안은 또 다른 분쟁 소지를 남겼다. 하이마트 이사회는 선 회장과 유 회장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4명은 유진그룹(3명)과 하이마트(1명)가 각각 추천했다. 이날 임시이사회 개최 예정시간은 오후 3시였다. 이때까지 유 회장을 제외한 5명이 모였다.

하지만 선 회장과 최정수(62) 변호사는 오후 3시 정각에 “유 회장이 출석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퇴장했다. 그러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이사회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행 상법상 이사회 안건은 과반수 이상 출석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그러니 선 회장 등 두 명이 퇴장하면서 남은 사외이사 3명만으로는 임시이사회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유 회장은 선 회장과 최 변호사가 퇴장한 직후 화상으로 임시이사회에 출석했다. 유 회장은 이날 아이패드를 통해 이사회에 출석해 선 회장의 영업부문 대표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이마트 이사회 의장인 엄영호(52) 연대상남경영원 부원장은 “하이마트 정관상 이사는 화상으로 이사회 참석이 가능하다”며 “네 명의 이사가 참석해 선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3대 1로 가결시켰다”고 공표했다. 그는 “선 회장 측이 임시이사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퇴장한 듯 보인다”며 “그러나 임시이사회의 의결은 적법한 절차를 지켰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사회에 앞서 하이마트 임직원들로 구성된 경영 정상화 및 매각 촉구 위원회는 서울 대치동 본사 앞에서 ‘유경선·선종구 회장의 동반퇴진과 사외이사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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