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 잡고 싶었는데 … 입맛 다시는 캡틴 홍정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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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솔직히 루니 만나 한번 잡아보고 싶었죠.”

 한국 축구의 ‘미래’답게 패기가 넘쳤다. 올림픽 대표팀 주장으로 2012 런던올림픽 본선행을 이끈 홍정호(23·제주 유나이티드·사진)는 24일 16개 팀을 4개조로 나누는 올림픽 조추첨이 끝난 뒤 “강팀과의 만남을 내심 기대했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은 멕시코·스위스·가봉과 함께 B조가 됐다. 영국·스페인·브라질 등 강팀들을 모두 피한 ‘최상의 조’다. 모두가 ‘환상의 대진운’에 환호했지만 홍정호는 강팀과 맞붙어 자신의 힘으로 유명한 선수들을 직접 막아볼 기회를 잃은 것이 아쉬웠다. 그는 “피하고 싶은 팀은 없었다. 강팀과 만나면 내 ‘경험치’도 크게 올라갈 것이고, 수비수로서 잘 하는 공격수도 한번 잡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홍정호가 말하는 ‘잘 하는 공격수’는 바로 웨인 루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루니는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26골)다.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영국의 와일드카드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홍정호는 “루니는 조별 예선 뒤에 만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홍정호가 루니 대신 만나게 될 상대는 루니의 팀 동료이자 ‘치차리토’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4)다. 치차리토는 멕시코의 와일드카드 1순위다. 이미 가디언 등 영국 언론과 멕시코 현지 언론에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치차리토의 올림픽 대표팀 차출을 허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정호는 “맨유 경기를 자주 봤는데 (치차리토의) 골 결정력이 좋고, 문전에서 움직임이나 위치 선정이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홍정호는 올림픽 예선에 참가하지 않은 유럽파 선수들의 본선행에 대해선 긍정적이었다. 그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셀틱), 지동원(선덜랜드)과 손흥민(함부르크) 등이 모두 왔으면 좋겠다. 유럽에서 경기가 열리는 만큼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조언을 많이 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구)자철이 형이 없는 동안 난 임시주장이었다. 형이 오면 이제 옆에서 돕고 싶다. 사실 주장을 맡고서 ‘올림픽에 못 가면 어쩌나’ 하고 부담이 컸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홍정호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구자철에게서 주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홍정호는 2009년 20세 이하(U-20) 대표팀에 발탁된 뒤 올림픽대표팀, 성인대표팀에 차례로 승선한 엘리트다. 올림픽 최종 명단에 포함될 것이 확실하다. 그는 “요즘 들어 특히 축구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멕시코와 스위스, 가봉이 모두 지역 예선을 1위로 통과한 강팀이지만 우리도 강하다. 내가 철저히 상대 공격을 봉쇄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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