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치매 노인은 뒷전, 돈 되는 부분만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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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박수련
사회부문 기자

치매 노인을 모시고 사는 고통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지난 19, 20, 23일자에 본지가 ‘방치된 치매 노인 40만 명’ 기사를 보도하자 한 독자가 연락해왔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냉동된 고기를 생으로 드시고 플라스틱 그릇을 가스불에 놓고 태운 적이 부지기수”라며 “한시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될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런 치매 노인들이 전국에 50만 명. 이 가운데 10만 명은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 운이 좋은 분들이다. 가족들은 “수발 부담이 훨씬 줄었다”며 만족스러워한다. 장기요양보험이 가족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 것만은 분명하다.

 제도 도입 4년 만에 노인 요양을 위한 인프라도 크게 성장했다. 요양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 현재 2만4000곳이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요양원 개설을 허용하면서 모텔이나 오피스텔도 개조해 요양원이 된 경우가 많다.

 요양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노인들을 챙기는 가정서비스 센터는 과당 경쟁이 우려될 만큼 늘었다. 요양보호사나 환자를 허위로 등록해 보험급여를 타내는 업체들도 매년 늘고 있다. 보험제도 도입 전 서비스 제공 업체가 부족할까봐 노심초사했던 복지부의 걱정은 기우였다. 이처럼 화려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취재하는 내내 마음은 불편했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일조차 돈이 되는 부분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정작 노인의 삶 그 자체는 뒷전이 아닌가 해서다.

 예컨대 집에서 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치매·중풍 등을 앓는 노인 19만 명의 86%가 가사지원서비스를 이용한다. 집으로 요양보호사가 찾아와 기본적인 집안일을 해주고 노인을 씻기고 먹이는 일까지 다 해주니 가족들이 선호한다.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도 사무실에 전화 한 대만 놓고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니 수익을 내기 좋다. 이렇다 보니 노인에게 가장 절실한 주간보호센터는 설 자리가 없다.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치매 노인이 물리치료도 받고, 뇌 기능을 되살리는 재활훈련을 받을 수 있는데도 이용자는 소수(7.8%)다. 재활 없이 집안에서 수발만 받다 보면 치매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재정 위기에 처한 건강보험과 달리 요양보험이 흑자를 낸다는 점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필요한 서비스들을 제공하지 않고 내는 흑자는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사회가 노인의 요양 부담을 돕기 위해 만든 요양보험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를 기록 중인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다. 모두의 적극적 관심과 제도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