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쿵제 꺾고 구리와 마주 선 나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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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 2국>
○·구리 9단 ●·나현 초단

제1보(1~16)=나현 초단의 준결승 진출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16강전에서 이창호 9단은 구리 9단에게, 이세돌 9단은 쿵제 9단에게 졌다. ‘양 이(李)’의 대패로 의기소침한 한국 바둑은 갓 입단한 1995년생 소년 기사 나현 초단이 8강전에서 쿵제를 격파하자 크게 환호했다. 한국 1위 이세돌 9단의 패배를 설욕한 나현이 준결승에 올라 이번엔 구리와 맞섰다.

나현은 이창호와 동향(전주)이다. 나현이 태어나던 무렵은 이창호의 전성시대였다. 어린 나현은 ‘이창호’라는 이름을 신화처럼 들으며 자랐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나현은 이창호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구리와 마주 섰다.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준결승 1국은 구리의 승리. 흑을 쥔 구리가 209수만에 불계승했다. 그리고 이틀 후 준결승 2국이 열렸다. 6으로 중간에 두는 수는 구리가 종종 즐기는 수법. 한국 기사들은 거의 두지 않는다. 14도 재미있는 주문이다. 14로 높이 두면 15의 육박이 절호의 한 수가 된다. 14는 말하자면 15를 상대에게 내주고 16으로 쳐들어가고 싶다는 의사표현이다. 일종의 거래인 셈인데 흑이 그 의도를 거슬러 ‘참고도’ 흑1로 지키는 것은 백2의 육박이 너무 좋아 안 된다고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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