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살 빼려면 밥 남기기 훈련에 돌입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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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은 문화적 유전경향을 가진다. 즉 부모의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이 아동을 소아비만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소아비만학에서 잘 알려진 정설중의 하나가 부모가 모두 비만인 경우, 아이가 비만이 될 확률이 80%에 이르며 한쪽 부모만 비만인 경우에는 약 40%, 양쪽 부모가 모두 비만이 아니라면 아이가 비만이 될 확률은 10%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소아비만을 치료하면서 느낀 철칙은 치료에 대한 부모의 간절한 바램이나 통제와는 무관하게 정작 아이에게 보여지는 부모의 식습관이 폭식이나 과식 등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따라야 할 정당한 롤모델을 찾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 하고 결국은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치료초기에 부모님들 본인이 비만이라면 아이의 다이어트 시 부모님들도 병원에서 제시하는 매뉴얼을 응용하여 다이어트에 직접 나설 것을 주문한다.

밥그릇에 밥 남기기 훈련에 돌입해라!

우선 병원을 찾는 아동들에게 제일 처음으로 내리는 과제인 식판이나 작은 그릇으로 바꾸는 일이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면 그 다음은 식기에 단 한 숟가락이라도 밥을 남기는 일을 실천할 차례다. 밥그릇에 밥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식사통제력이 그만큼 강해지고 안정화되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음식에 좌우되지 않는 심리적 여유가 형성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밥그릇에 밥 남기기 훈련은 한국 사람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특히 이런 반감은 부모세대, 조부모 세대에게 더 강하다. 왜냐하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식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충고와 훈계를 듣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가르침은 비만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금은 맞지 않는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 음식을 사양하고 거절하고, 음식을 버리거나 남길 수 있는 절제력이 필요한 시대다.

소아비만 어린이의 엄마, 아빠, 가족구성원이라면 이제부터 음식을 남겼다고 아이를 타박해선 절대 안 된다. 우선 엄마와 아빠가 음식을 남기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줘라.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아이도 음식을 남기는 일에 대한 죄책감을 덜게 된다. 또한 음식을 남기는 것이 자신을 절제한 매우 바람직하고 본받을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 당연히 아이가 음식을 남겼을 때는 매우 큰 보상과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지금까지 별 생각하지 않고 용인했던 문화나 사고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혁신적인 일일 수도 있다.

외식에서 음식을 남긴다면 칭찬해줘라?!

특히 외식을 할 때 아이가 음식을 남긴다면 특별히 더 많이 칭찬해줘라. 외식을 할 때는 마음이나 긴장감이 풀려 더 과식하기 쉽다. 또 돈을 내고 먹는 음식이니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이때에 음식을 남기는 것은 소아비만 아이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엄마는 아이의 이런 작은 기적에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소아비만 다이어트에 있어 외식에서 음식을 남기는 일은 중대한 테스트이기도 하다. 다음 사실을 기억하라. 외국의 연구에서 자신이 제공하는 음식이 가이드라인에서 정하는 표준적인 1인분(one serving size)에 부합한다고 76%의 요리사들이 응답하였지만, 실제로 그들이 제공하는 음식 중 83-90% 이상이 미국의 표준음식 제공량을 초과하였다. 하물며 음식을 적게 주면 대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한 우리 나라에서 이러한 경향은 얼마나 강화되어 나타나겠는가?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외식에서 나오는 음식을 다 먹는 것은 비만극복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음식을 남기는 것은 한 번은 반드시 치러야 할 일이고, 반드시 한 번은 성공해야 할 일이다. 한번 성공하면 이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반복해서 제공해야 한다. 이런 모든 일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아이가 밥을 먹을 때 항상 엄마가 옆에서 지지하고 설득하며, 응원하고 칭찬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부모 역시 남기는 모습을 보여줘라. 부모의 지행합일이야말로 아이의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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