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교생들이 묻고 석학이 답하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22일 서울 아셈타워에서 서울 양정고 학생들이 스웨덴 과학자와 화상 대화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도록 몸 안에 인슐린을 분비하는 효소를 심을 수는 없나요.”

 지난 2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5층의 시스코(cisco) 콘퍼런스룸.

 서울 양정고 2학년 김준영군이 스웨덴 샬머스기술대의 젠스 닐슨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효소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닐슨 교수는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면역체계가 달라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군 등 양정고 학생 6명은 30여 분 동안 닐슨 교수와 영어로 문답을 이어 갔다. 학생들은 “왜 생물학을 전공했느냐” “미래엔 어떤 노화방지 기술이 등장할 것 같은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이들의 만남은 실은 대형 모니터와 카메라를 이용한 것이다. 닐슨 교수는 21일부터 이틀 동안 싱가포르 난양국립공과대에서 열린 ‘생물의학과 첨단기술’ 심포지엄에 참석 중이었다. 스웨덴왕립과학원의 ‘분자 프런티어(Molecular Frontiers)’가 청소년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채워 주기 마련한 자리다.

 이 행사에 학생들은 세계 최초로 인간 지놈(genome) 지도를 발표한 미국 크레이그 벤터 박사, 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배리 샤플리스 교수 등 14명의 강연을 듣고 직접 질문할 시간을 가졌다.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양정고 학생 10명이 참여했다. 4명은 싱가포르 현지로 갔고 나머지 6명은 서울에서 화상으로 대화시간을 가졌다.

 엄규백(81) 양정고 이사장은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참가했다”고 밝혔다. 3학년 최길웅군은 “세계적인 과학자에게 묻고 들으니 과학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