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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도 하는 돌고래쇼 서울서는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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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에서 돌고래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바로 해양테마파크인 시월드(Sea World)다. 1964년 샌디에이고에서 개관한 뒤 올랜도·샌안토니오에도 문을 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에서도 ‘범고래 쇼’(Shamue Adventure)는 전 세계에서 연간 510만 명 이상이 구경하러 올 정도다. 쇼에 참여하는 동물들은 모두 각 센터에서 번식 프로그램을 통해 태어났다. 동물 중에서도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 훈련을 통해 쇼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동물들만 골라서 교육한다.

 돌고래쇼를 하는 곳은 미국뿐이 아니다. 국제환경단체인 ‘고래와 돌고래 보존협회’(WDCS)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경우 14개국 34개 수족관에서 286마리의 돌고래가 쇼를 펼치고 있다. 일본·홍콩·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권에서도 돌고래쇼를 관광상품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22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돌고래가 조련사와 함께 자연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선 서울동물원, 제주 퍼시픽랜드, 마린파크에서 돌고래쇼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 서울동물원의 돌고래쇼는 지난해 94만9000명이 관람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돌고래쇼가 동물학대’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지난달 19일부터 공연을 중단시켰다. 돌고래쇼 폐지에 따른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서울동물원 노조 등은 ‘교육적 효과와 시민의 볼권리’ 등을 내세우며 돌고래쇼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동물원 이경재 노조위원장은 “상당수 선진국에서도 진행하는 돌고래쇼를 동물학대로 몰아 중단하는 것은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23일 돌고래쇼 존폐 문제를 묻는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쇼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23일 서울시청 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이원효 서울대공원장과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이원찬 동물보호단체 KARA사무국장 등 전문가 10명과 시민 100여 명이 참여했다. 신남식 교수는 “도시화된 환경에서 동물 쇼는 동물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교육적 효과를 가진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수의학과 이항 교수는 “동물 쇼는 인간의 흥미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재고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헌재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은 “오늘 토론회 내용과 조만간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해 돌고래쇼 존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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