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까지 갔다 …‘한류’ 쓰레기 매립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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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14일 페루의 수도 리마 시내에 있는 환경부 청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김낙빈 사업이사와 알사이드 코리아 페루 환경부 국립생태공원추진단장이 ‘폐기물관리 및 자원화 사업에 대한 협력의향서(LOI)’에 서명했다. 한국의 쓰레기 매립 기술이 ‘한류 바람’을 타고 페루로 수출되는 길을 여는 순간이었다. ‘한류 바람’이 한국식 쓰레기 매립 기술 분야에도 불고 있다. 한국의 쓰레기 매립 기술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생활 폐기물을 친환경 방식으로 매립하고 매립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루의 쓰레기 매립장은 모두 소규모여서 친환경 처리 기술이 부족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생활 쓰레기의 처리 및 자원화를 위한 국립생태공원 건립에 나섰지만 기술력이 문제였다. 고민을 거듭하던 페루 환경부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천시 서구 백석동의 수도권매립지를 모델로 삼게 됐다. 수도권매립지공사는 7월 중 타당성조사가 끝나는 대로 페루 정부에 사업제안서를 낼 예정이다.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공사 사장은 “이번 협약으로 우리의 쓰레기 처리 및 자원화 기술이 아시아·아프리카·러시아를 넘어 중남미까지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쓰레기 매립 기술의 첫 수출은 2006년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 고형폐기물(RDF) 처리장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였다. 이후 아프리카의 수단·앙골라·모잠비크·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5개국에 진출했다. 페루 국립생태공원 사업까지 포함하면 쓰레기 처리 기술을 수출한 국가는 모두 15개국에 달한다. 아시아권에는 중국·파키스탄·캄보디아·베트남·필리핀·스리랑카·인도네시아·파키스탄 등에 진출해 있다.

 러시아 오렌부르크시 위생매립장 설치 사업은 2010년 협약을 맺은 뒤 지난해까지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올해 말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매립가스발전소 건설 사업에는 매립지공사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가했다. 올해 9월부터 8.4㎿급 발전설비가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기술 수출은 주로 개도국 원조와 경제협력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청두 매립가스발전소는 양국 간 합작사업이어서 앞으로 한국은 매년 1억5000만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수도권매립지공사의 김종완 기후변화사업실장은 “수도권매립지공사는 20여 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매립장 설치·운영·침출수 처리 등에서 모두 32건의 국제특허를 갖고 있다”며 “지난해 수도권매립지에는 1700여 명의 해외 공무원 및 환경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는 총 2000만㎡로 세계 최대 규모다. 수도권 58개 시·군·구 2300만 주민이 배출한 생활 쓰레기가 하루 1만6000여t씩 들어온다. 매립가스를 이용한 전력생산도 하루 120만㎾h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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