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8대 국회 마지막까지 이럴 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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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8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부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오늘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해 놓고서도 ‘몸싸움방지법’(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이견으로 오락가락해 왔다. 불과 며칠 전 총선에선 여야 없이 서로 ‘민생을 챙기겠다’고 다짐해 놓고선 정작 민생과 직결된 각종 법안 등 18대 국회에 쌓인 6600여 건의 법안은 무더기로 폐기되게 생겼다.

 18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모두 1만4700여 건이다. 이들 중 아직 처리되지 못한 안건이 45%에 이른다. 역대 최고기록이다.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상임위원회를 통과시킨 법안만 160여 건이나 된다. 방망이만 두드리면 되는 이런 법안들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자동 폐기돼 19대 국회에서 새로 절차를 밟자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19대 국회의 경우 여야 의석수가 비슷하게 짜여 자리싸움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국회 문 여는 과정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더욱이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닥친 국회인지라 선거를 의식한 기싸움에 많은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볼썽사나운 마무리는 납득하기 힘들다. 우선 18대 국회 임기는 5월 말까지다. 24일 하루 국회 본회의를 열고 끝내겠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엄청나게 쌓인 숙제를 할 생각은 않고, 엉뚱한 핑계만 내세우고 있다. 19대에 당선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소집이 어렵다는 것은 직무태만이다. 각자 당내 정치 일정이 바빠 국회를 열지 않는 것은 본말전도(本末顚倒)다.

 18대 국회는 지금이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가정상비약을 편의점에서 팔도록 허용하는 약사법, 수원 살인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112 신고센터에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가능케 하는 위치정보보호법,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한 방지법, 중소기업을 위한 구매촉진법 등 이미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한 법들이 즐비하다. 합의한 법은 반드시 처리한다는 최소한의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18대 국회 임기는 아직 한 달 넘게 남았다. 필요하면 다시 소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