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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압력 커" 세계증시 동반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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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현지시간) 연방기금 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올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2.5~2.7%로 추정되는 연간 물가성장률을 넘어섬에 따라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는 막을 내렸다.

◆ 높아진 인플레 불안감=FRB는 이날 금리인상을 결정한 뒤 발표한 성명서에 금리 인상 속도와 관련,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라는 표현은 그대로 두었다. 대신 인플레이션 우려를 분명하게 언급했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 기조는 앞으로도 몇 달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다음 회의는 5월 3일에 열린다. 성명서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잘 통제되고 있지만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 압력(pressures on inflation)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를 염두에 둔 것이다.

FRB가 '신중한 속도'란 문구를 그대로 둔 채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한 것에 대해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 문구를 갑자기 삭제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클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 세계 증시 일제히 하락=FRB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뉴욕 등 전 세계 증시에 타격을 줬다. 22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9%(94.88포인트) 떨어진 1만470.51을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는 0.91%(18.17포인트) 떨어진 1989.34로 마감했다. 23일 아시아시장도 급락했다. 한국 증시의 종합주가지수가 1.39% 떨어진 것을 비롯, 일본(닛케이, -0.87%).홍콩(항셍, -1.13%).중국(상하이, -0.28%) 등 거의 모든 증시가 하락했다. 남미.동유럽 등 신흥시장 증시도 약세였다.

달러화 가치는 엔화.유로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 엇갈리는 전망=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짓누르던 미국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낙관론이 일부 있지만 미 통화 당국이 '인플레 우려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세계적인 유동성 위축을 불러올 것이란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정인지 동양증권 연구원은 "금리의 공격적인 인상 가능성 때문에 그동안 주가가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충격보다는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증권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낮아졌지만 글로벌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한발 후퇴했다"고 평가하면서 당분간 전 세계 증시가 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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