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찰 때마다 발 찌릿 … 이천수 선수도 ‘부주상골’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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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원장(왼쪽)이 부주상골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의 발을 촉진하고 있다. [사진 이경태정형외과]

10명 중 1명이 부주상골 … 평발에 많아

‘부주상골(副舟狀骨)을 아십니까’. 이름도 생소한 부주상골 때문에 운동은커녕 일상생활이 불편한 젊은이가 꽤 많다. 중학교 축구부 주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14·서울 강동구)군도 최근 이 뼈가 말썽을 부려 병원 신세를 졌다. 공을 찰 때마다 발 안쪽 부위에 찌릿한 통증이 계속돼 걷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를 벤치에 앉게 만든 발질환은 ‘부주상골증후군’이었다.

 부주상골은 주상골에 붙어있는 뼈다. 주상골은 발목과 엄지발가락을 이어주는 뼈. 배 모양으로 생긴 주상골은 뛰거나 걸을 때 쿠션 역할을 하는 발아치의 천장 부위다. 종아리에서 굵은 인대가 내려와 주상골을 잡아주면서 아치 형태를 유지한다. 부주상골은 주상골 옆에 붙어있는 쓸모없는 뼈다.

 이경태정형외과 이경태(대한스포츠의학회 부회장) 원장은 “뼈가 성숙하고 연골이 발달하는 청소년기에 부주상골이 발생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며 “특별한 기능이 없는 부주상골을 가진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나 된다”고 말했다.

 부주상골이 있다고 해서 모두 통증을 호소하지는 않는다. 평생 문제 없이 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부주상골이 말썽을 일으키면 통증뿐 아니라 평발이 될 수도 있다.

복사뼈 아래쪽이 불룩 튀어나와 보여

부주상골이 염증을 일으키면 신발을 신고 걷는 평범한 일상생활조차 힘들다. 운동선수는 더 민감하다.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이천수 선수도 부주상골증후군 치료를 받았다.

 부주상골증후군의 원인은 복사뼈 주변의 지속적인 자극이다. 부주상골증후군은 발 안쪽으로 공을 차거나 꽉 끼는 신발을 신는 것이 원인이다. 너무 많이 걷거나 심하게 삔 뒤 계속 접질리면서 상태가 악화한다. 결국 주상골과 부주상골을 잇는 연골이 분리된다. 뼈와 뼈가 부딪치면서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발생한다.

 장기적으로 평발이 될 수도 있다. 부주상골이 있는 사람은 인대가 주상골이 아닌 부주상골에 붙어있다. 결국 엉뚱한 곳에 인대가 붙어버리면서 힘을 못 받고 주저앉으면서 평발이 된다.

 부주상골이 있는 사람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뒤에서 발의 착지 상태를 보면 발뒤꿈치가 안쪽으로 약간 꺾여 있다. 게다가 복사뼈 아래쪽이 불룩 튀어나와 보인다.

 이경태 원장은 “평발인 사람 대부분이 부주상골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 깔창, 보조기 사용해 발 아치 유지

부주상골증후군은 조기치료가 원칙이다. 치료는 크게 보존적 치료와 수술로 나뉜다.

 보존적 치료는 통증을 조절하면서 발 아치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개인의 발 상태에 맞춘 특수 깔창이나 보조기를 착용해 발 아치가 유지되도록 한다. 통증이 줄면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 간혹 떨어졌던 주상골과 부주상골이 붙어 회복하기도 한다.

 보존적 치료를 받은 뒤 4~6주 후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받는다. 쓸모없는 뼈(부주상골)를 제거한다. 발 근육을 지탱하는 인대는 주상골에 연결한다. 이후에는 6주 동안 깁스를 하면서 인대가 주상골에 잘 붙도록 기다린다. 발목 주변의 힘줄을 강화하는 운동을 같이하면 회복이 잘 된다. 발목이 튼튼해져 접질리지 않는 예방 효과도 있다. 이경태 원장은 “청소년기에 수술하면 뼈·인대가 잘 붙어 치료 효과가 높다. 운동선수도 3개월 정도면 시합에 복귀할 정도로 경과가 좋다”고 말했다.

 운동은 벽이나 탄력 고무밴드를 이용해 발목 주변 힘줄을 강화한다. 벽을 이용할 때는 발 안쪽과 바깥쪽을 벽면에 대고 힘을 주면서 벽을 민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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